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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Apr 09. 2022

나는 매주 비행기를 탄다

모든 일은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3주 연속 주말마다 비행기를 탔다. 

  3주 전 주말 한 번만 잠시 쉬었을 뿐, 바로 전 주에도 비행기를 탔다. 

  이유는 다르지만

  나는 지금 몇 달째 계속 비행기를 타고 있다.


  이번주는 치과 치료가 있어 서울에 왔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정기 검진도 받으셔야 했는데 바쁘셨나봐요?"

  "네, 제가 제주도에 살고 있어서요."

  "그럼 오늘 진료 때문에 오신 건가요?"

  다소 놀라는 의사 선생님께 씩 웃어보이며 말했다.

  "별로 시간 안 걸려요. 다 생각하기 나름이죠."

  "오늘 시간 여유 있으시지요? 자세히 봐드려야겠네요."

  그렇게 의사 선생님은 다른 환자를 보면서도 틈틈이 와서 이를 치료해 주고 시간을 더 나에게 투자해 주었다. 아마도 먼 곳에서 자기를 보러 온 환자에게 마음이 쓰이는 눈치였다. 서울에 있을 때는 전혀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던 차가운 느낌의 의사는 내게 친절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사적인 것을 물어 보기도 했다.

  "제주도 요즘 사람 많지요? 행복하신가 봐요? 그런데 어디 신씨세요?"    

  이분이 그렇게 정이 많은 분이라는 것을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미리 준비해서 간 내가 쓴 책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를 선물해 드리자 헤어짐이 아쉬운 듯 인사를 하셨다.

  "다음 예약 때 뵈어요."


  내 글에 종종 언급되는 타운하우스 옆집 '서울 강남부부'는 수시로 비행기를 탄다. 병원 진료가 있어서,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서울 사무실에 일이 있어서,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올라갔다가 밤비행기로 내려온다. 처음에는 이러한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시간과 그 비용이면 가까운 제주시에서 하겠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 강남부부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이참에 서울 구경도 하고 좋잖아요. 시간상은 제주시에서 서귀포시 넘어가는 정도인데, 다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내가 이 말에 완벽하게 공감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1년 전, 제주도의 어느 시골 치과에서 바가지를 옴팡 뒤집어 쓰고 나서는 나도 주말마다 비행기를 타는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물론 제주도에도 크고 좋은 병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0여년을 드나들던 서울의 치과처럼 마음이 놓이는 곳이 없다. 


  제주도와 서울 직선거리를 재어보니 470.1km, 도보(걸어서 갈 수는 없겠지만)로 116시간 56분이 나온다. 물리적인 거리로 따지면 참 먼 거리이다. 하지만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1시간이면 도착하니 시간상으로 멀다고만 볼 수도 없는 거리이다. 

서울에서 제주도... 멀긴 멀구나.

  마라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최남단 섬에 산다고 육지에 가는 것이 멀다고만 생각한다면 이것은 자신을 스스로 제주도 안에 가두어 버리는 것이다. 다른 곳을 가는 것과는 다르게 이동하려면 비행기를 예약해야 하고, 검색대를 통과하고, 비행기표에 택시비까지 비용도 많이 들지만 이 또한 아름다운 제주도에 살고 있는 기회비용 아니겠는가? 불편하다고, 멀다고, 느리다고, 힘들다고 불평만 한다면 제주살이가 행복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제주살이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마땅한 비용인 셈이다. 그리고 그 비용과 수고스러움만 감수한다면 제주도에서 육지 전역까지 내 세상이다. 나는 그 비용을 행복한 마음으로 기꺼이 지불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치과 치료를 마치고 

  어머니가 계신 대전에 왔다.

  병원 진료도 마치고

  어머니도 만날 수 있어 마음이 참 좋다.

  

  내일은 청주로 가서 비행기를 탈 것이다. 

  제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대전으로, 청주로

  다시 제주도로.


  오랜만에 전국여행을 하니 새롭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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