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친한 후배가 결혼을 했다. 이 후배는 브런치에 글을 썼을 정도로 각별하다. 이 친구가 임용고시를 보고 첫 근무했던 학교가 내가 근무했던 학교였고, 10년이나 차이가 나는 후배이지만 단짝처럼 어울려 다녔다. 내가 제주도에 내려온 후에도 몇 번을 나를 보러 내려왔다. 서울에서 내가 힘들었을 때 가장 힘이 되어 주었고 제주에서의 생활도 아낌없이 응원해 주던 친구였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오기에 결혼식 이틀 후에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아침 비행기를 타려면 적어도 오전 8시에는 출발해야 하고 집에 오면 오후 6시가 넘으니 이 결혼식을 위해 하루의 시간을 몽땅 소비하는 것이 아까웠다.
"고민되면 전화해. 제주도에서 만나자고 하고 축의금도 직접 주면 되잖아. 더 좋아할 수도 있어."
라는 아내의 말은 나를 더 고민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찾아온 후배의 결혼식,
서울에 다녀왔다.
아침 7시에 일어나 결혼식 참석 준비를 하고 아내를 깨워 공항으로 운전을 시켰다. 비행기를 타고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걸어걸어 결혼식이 열리는 서초동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보는 서울 강남의 화려한 거리는 눈에 1도 들어오지 않는다. 결혼식 장소에 도착해 반가운 후배의 얼굴을 보고 지인 단체 사진을 찍고 부랴부랴 점심 식사를 했다. 다시 걸어걸어 교대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김포공항으로 갔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해 집으로 오니 시계가 오후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울로, 제주로
하루가 몽땅 지나가고 몸이 고되다.
하지만....
마음이 참 편안하다.
세상을 살다보면 경제성과 효율성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때로는 소모적이고 비경제적인 것이 더 의미있을 때가 있다. 후배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오롯이 바친 하루이지만 후회는 없다. 밝게 웃으며 행복해하는 후배 교사 부부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었기에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