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 때 편의점은 그냥 걸어서 5분 이내에 적어도 2~3개는 있는 그냥 흔한 곳이었다. 밤 늦게 아파트 형들과 맥주를 마시거나 혼맥을 하고 싶을 때 찾는 곳, 회식을 하고 숙취해소 음료를 사기 위해 찾는 곳. 그 이상, 이하의 의미도 없었다.
제주도에서의 편의점, 이곳은 제주살이의 완소, 필수 스폿이다. 제주도의 편의점을 논하기에 앞서 알고 있어야 하는 사실 하나! 제주도 편의점은 영업 시간이 제 각각이다. 육지 도시의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이 당연하겠지만 제주도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나는 제주도 편의점을 방문할 때마다
"여기 편의점은 몇 시까지 해요?"
라고 묻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아무래도 제주도가 현지인의 인구는 적고 대부분이 관광객이다 보니 고정 수요가 적어 24시간 영업을 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제주도 편의점은 도심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1시~12시면 문을 닫는다. 그러고도 편의점이냐고? 맞다. 그러고도 편의점이다. 제주도에서는.......
제주도에서 편의점이란?
육지의 편의점과 의미가 좀 다르다. 제주도에서 편의점은 동네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동네 주민들의 생필품 쇼핑 장소이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아이를 키우는 제주도민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제주도의 아이들에게 편의점은 가장 즐거운 쇼핑 공간이며 설레는 곳이라는 것을.
서울에 살 때는 가족 모두 편의점을 함께 갈 일이 없었는데, 제주도에 내려오니 편의점은 우리 가족이 산책을 갈 때 꼭 들르는 곳이 되었다.
"우리 저녁 먹고 편의점 갈래? 아빠가 오늘 한턱 쏜다."
"예~~!!"
제주도에 사니 이런 대화가 자연스럽다.
오늘도 즐거운 주말을 맞아 저녁을 먹고 가족끼리 동네 편의점을 걸어 갔다.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은 제주도심이 아닌 애월읍의 시골 마을이기에 편의점까지 걸어가려면 15분은 족히 걸린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걷는 길이 고단하거나 귀찮치 않다. 오히려 즐겁다. 네 식구가 손을 잡고 저녁 마실을 다니는 가족이 전국에 몇 명이나 될까? 동네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다니는 맛이 쏠쏠하다. 이것도 제주도에 내려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골 편의점에 들러 아내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네 캔 만 원 맥주를 산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간식 한 개씩을 사들고 어둠이 내린 제주도 돌담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