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이름 너, 맥주!
"여보, 아무래도 우리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지난 주말 일요일 저녁 아내가 심각하게 내 얼굴을 보며 이야기 했다.
"사람들이 자꾸 우리한테 술 한잔 하자고 하는 것 말이야. 그거 우리 문제 아니야? 다른 것 많잖아. 차 한잔 하자고 할 수도 있고, 저녁 식사 하자고 할 수도 있는데, 왜 우리 부부한테는 자꾸 술 한잔 하자고 하는 건데, 좀 이상하지 않아?"
아내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뭐, 우리랑 술 마시면 재미있나 보지."
아내와 나는 술자리 후 공통 루틴이 한 가지 있다. 술자리에서는 유쾌하게 즐기다가 다음날 아침에 똑같이 하는 말!
또 오버했어!
타운하우스 이웃들은 하나같이 이야기 한다.
"형님네랑 술 마실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도대체 우리 부부가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아내나 나 둘 다 사람 좋아하고 술자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유독 외면할 수 없는 너, 맥주!!
맥주만큼은 아내나 나 냉정할 수가 없다.
이번주 월요일 헬스장 개인 P.T. 75회를 다시 등록했다. 개인 P.T. 55회를 성실하게 한 번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거금을 들여 다시 시작한 운동! 담당 트레이너는 내 인바디를 체크하고 한 마디 했다.
"솔직히 그 정도 자주 운동하셨는데 근육량 증가가 좀 더디기는 해요. 그래도 할 수 있어요."
나는 그 원인을 확실히 알고 있다. 바로 맥주 때문이다.
퇴근하고 한 잔,
글 쓴다고 한 잔,
외롭다고 한 잔,
운동하고 한 잔,
잠 안 온다고 한 잔,
이유 없이 한 잔......
이러니 근육이 붙으려고 하다가도 도망가는 것이다.
월요일 P.T.를 새로 등록하고 굳게 결심했다.
'바디 프로필을 찍을 때까지는 내 맥주를 마시지 않으리라.'
나의 결의는 안중근 의사님의 거사 전날처럼 단호했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이 지나고....
목요일인 오늘 혼자 맥주를 마신다.
참 오래도 참았다.
'인생 뭐 별 것 있어?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이지.'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이놈의 맥주를 어쩌지?
애증의 이름, 너 맥주!
진심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