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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May 08. 2022

사람 마음이 참...

육지로 여행을 다녀왔다.

  주말에 육지를 다녀왔다. 어버이날에 가족들이 모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는 주말에 비행기를 타는 것이 사실 부담스럽다. 직장인인 까닭에 제주도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주말 뿐인데 육지에 다녀오는 시간이 아깝고, 주말이면 폭등하는 항공료가 부담스럽다. 육지에 한 번 다녀오려면 항공료에, 렌트비 등 4인 기준 100만원은 기본으로 깨진다. 제주도민에게 육지에 가는 것은 육지에 사는 사람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오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토요일 아침에 청주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는 이미 만석에 항공료가 1인당 18만원이었다. 금요일 퇴근후 운동을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다가 문득 든 생각,

  '꼭 아침에 갈 필요가 없잖아. 밤비행기 타고 가도 되는 것 아니야?'

  밤 10시 20분 마지막 비행기는 4인 가족 기준 8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토요일 비행기표를 급히 취소하고 밤비행기표와 청주공항 근처 호텔을 예약했다. 이렇게 했는데 토요일 한 사람 비행기 가격 밖에 나오지 않았다. 

밤이면 한산한 제주공항

  밤 늦은 시간 제주공항은 한산했다.

  "아빠, 왜 사람들이 없어?"
  매일 시장처럼 붐비던 공항이 조용한 것이 이상한지 아들이 물었다. 그렇게 자주 비행기를 탔는데 신기한 것이 이날 만큼은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바로 어머니께 가지 않고 청주의 호텔에서 하루를 묵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우리 가족은 밤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청주공항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며 청주시내 밤거리를 구경했다. 청주에서 대학교를 다녔던 까닭에 나의 20대 청주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 감상에 빠졌다. 호텔에 도착하니 밤12시였다.  

  "너무 좋은 것 아니야?"

  딸은 호텔방을 뱅글뱅글 돌며 좋아했다. 

  "그치, 우리 꼭 여행온 것 같지 않아?"

  사람 마음이 참 우습다. 주말에 남들은 제주도로 여행을 오는데, 우리는 제주도를 벗어나 청주에 왔다고 설레고 있으니. 아무리 좋은 곳에 살아도 집은 집, 현실은 현실인가 보다.

  아내와 나는 청주시 호텔에서 맥주 한잔을 하며 밤늦도록 여행의 기분을 마음껏 누렸다.


  토요일 아침 대전으로 이동해 어머니와 친척들을 만나면서 여행의 기분은 잊혀졌지만, 앞으로 육지에 올라올 일이 있으면 약속 전날 밤에 갈까 생각한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작은 일탈을 누려보고자 한다.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골치 아픈 현실을 잠시 잊고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친척들을 만나 밤새 술잔을 기울이고 어머니를 돌봐드리고 다시 제주도로 돌아와 몸은 피곤하지만 청주에서의 하룻밤 덕분에 이번 주말은 가슴이 충만한 느낌이다. 여행은 방전된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시켜 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게 여행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에 살며 육지의 도시에서 하룻밤 자고 온 것이 대단한 여행으로 느껴지는 것이 우습지만 기회가 되면 자주 육지로 여행을 갈까 한다. 그것은 제주도가 지겨워서가 아닌 제주도를 더 사랑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육지로 여행을 다녀왔다. 

  나는 육지로 여행을 간다. 


https://youtu.be/yWzar6fqgTs

딸내미가 편집한 우리 가족의 2박 3일 육지여행... 의외로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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