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주도 바다 낚시에 입문하다

제주살이의 멋

by JJ teacher

드디어 제주도 바다 낚시에 입문했다.


나를 운동의 세계로 이끈 10년 후배 제주도 토박이 문 선생, 이번에는 제주도의 진가를 알려주겠다며 낚시를 제안했다.

https://brunch.co.kr/@jjteacher/59

(나를 헬스에 빠지게 한 문 선생의 이야기는 위의 글에 있다.)


제주도에 살면 낚시는 해봐야 한다는 말이 있어서 나도 호기심에 한 번 경험해 보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 문 선생은 나를 납치하듯이 차에 태우더니 행선지도 알려주지 않고 차를 몰았다.

"어디로 가?"
"성산이요. 섭지코지 바다로 가려고요."

제주시에서 성산까지는 40km! 성산으로 가는 차안에서 밖의 풍경을 보며 오랜만에 여행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와 같은 교대를 나오고 제주도에 내려와 근무하는 10년 후배 자유 영혼 임 선생도 성산에서 합세하였다. 그렇게 우리 셋은 성산 앞바다에 도착했다.

"우와~! 뷰 죽인다. 낚시 안 해도 좋아."

성산일출봉을 앞에 두고 낚시라니...... 이보다 멋진 풍경이 또 있을까? 잠시 넋을 놓고 풍경을 감상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이미 성산 바다 바위는 낚시꾼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이미 낚시 포인트를 점령한 삼춘들

"삼춘(제주도에서는 여자든, 남자든 모두 삼춘이라 부른다), 오셨네요?"

문 선생은 어디를 가도 다 아는 사람이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면 한 다리 건너 다 안다더니, 아무렇지 않게 낚시꾼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신기하다. 빵가루를 섞고, 낚시바늘과 찌를 끼우고, 미끼를 준비하는 모든 일을 문 선생이 한다. 나와 서울 토박이 임 선생은 멀뚱멀뚱 서있을 뿐이다. 문 선생에게 개인 과외를 받아가며 낚시 방법을 익힌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념적인 첫 샷을 던진다.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낚시줄, 기분까지 시원해진다. 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입질이 온다. 낚시줄을 감자 퍼덕이는 벵에돔 한 마리!

'나에게 잡힌 눈먼 고기가 너니?'

"샘~~! 그거 오늘 태어난 물고기에요."
라는 문 선생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물고기를 놓아주었다. 제주도에 오면 낚시를 하라더니, 낚시줄을 던지기 무섭게 물고기가 계속 올라온다. 아, 손맛 제대로다.

역사적인 첫 샷!

'이래서 낚시를 하는구나.'

바위에 앉아 바다 위에 뜬 찌를 바라보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만한 힐링이 없다.

"정말 좋다. 제주도 살맛 나네!"
내 말에 함께 온 임 선생도 공감이 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프로 낚시꾼인 제주 토박이 문 선생 덕에 제법 큰 벵에돔을 내 손으로 낚아 보았다. 묵직한 손맛에 낚시의 재미를 알 것 같다. 낚시 중간 바위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신다. 일출봉과 제주도 푸른 바다가 내 앞에 있으니 이만한 신선놀음이 없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주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골프 좋아하세요? 낚시 자주 하시겠네요?"
였다. 골프도, 낚시도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제주살이 5년차에 첫 바다 낚시를 경험해 보니 제주살이의 멋이 느껴진다. 다소 단조로웠던 제주살이가 풍성해진 느낌이다.

제주도 푸른 바다에서 낚시를 해보다니....


서울 촌놈 참~~ 출세했다.

처음 잡아본 대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래, 이럴려고 제주도에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