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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총량의 법칙

주말과 월요병에 대한 고찰

by JJ teacher

이번 주말 한 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모든 것이 이번 달에 출간되는 책 때문이다.


나는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하고 학위를 받았는데,

동화작가로 등단까지 했는데 어쩌다 보니 '여행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 진심이다.


7월 초에 출간 예정이던 책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일정이 미루어져 7월 말에 출간하기로 하였다. 처음으로 여행 가이드북을 쓰게 되었는데, 가이드북은 여행 에세이에 비하여 할 일이 많다.

일단 사진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 또한 높은 퀄리티가 요구된다. 원고는 5월달에 진작 출판사에 넘겼지만 사진이 문제였다. 에디터의 요구에 의하여 퇴근 후나 주말에 갔던 곳을 다시 가고 심혈을 기울여 사진을 찍었다. 워낙 사진을 많이 찍다보니 내 사진기술도 일취월장하여 누워서 찍고, 앉아서 찍고, 엎드려 찍고, 온갖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한번은 제주도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관광객이 내게 가족 사진을 요청했다. 본인의 휴대전화를 넘겨주며 사진을 한 컷 찍어줄 것을 요구하길래 별 생각 없이 휴대전화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그 다음 말에 어마어마한 부담감이 느껴졌다.

"영광이에요. 정말 귀한 사진 얻어 가네요."

그들은 내가 전문 포토그래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 말에 나는

"음, 뒤에 분이 잘 안 나오셔서요. 앞으로 좀 숙여 주실래요?"

라며 가로로, 세로로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었다. 그들이 나를 포토그래퍼로 착각하는 것은 내가 어깨에 메고 다니는 커다란 DSLR카메라 때문인 것 같았다. 나에게 여행 전문 서적 출간을 제안했던 출판사는 나를 어느새 포토그래퍼로 만들어 놓았다.

KakaoTalk_20220704_004635881.jpg 요즘 열일하는 나의 DSLR 카메라

이번 주말 온 가족이 서귀포 시내에 호텔을 잡고 합숙을 하며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하루에 박물관 6개 이상을 다니며 사진을 찍어댔다. 글을 쓰기 위해 몇 번을 다녀왔던 곳을 오직 사진 한 컷을 위해 다시 방문해야 했다. 그러면서 느꼈다. 글을 쓰기 위해 사물을 보는 각도와 사진을 찍기 위해 사물을 보는 각도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아이들도 차에 실려 하루에 박물관을 6곳씩 방문하니 차안에서 녹초가 되었다.

"아빠, 제발 집에 좀 가자!"

라는 말을 애써 외면해야 했다. 그렇게 힘든 일정인데도 막상 목적지에서는 웃으며 포즈를 취해주는 아이들이 참 기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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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다녔던 곳들

그렇게 이틀의 주말이 지나갔다. 주말 동안 마음 편히 쉴 시간 없이 일만 했다.

"여보, 어때? 힘들지 않아?"

라는 나의 물음에

"아니, 신나고 재밌어. 나는 여보와 내가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좋아."

라고 말하는 아내를 보며 고마움을 느꼈다.

주말을 잠깐의 낭비도 없이 꽉 채워 일을 한 지금, 슬금슬금 보상 심리가 고개를 든다. 더구나 내일은 월요일이다. 주말 동안 한시도 쉬지 못하고 달려온 지금, 이 밤이 지나가는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어떤 일이든 '총량의 법칙'은 분명히 있다.


주말과 월요병!

주말을 바쁘게 보내니 월요병이 더욱 심해졌다.

참......

잠들고 싶지 않은 밤이다.


주말 휴식의 시간과 월요병은 반비례 관계이다.

IMG_0919.JPG 사진 참 힘들구나..... (이 사진은 업체에서 달라고 요청을 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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