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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럴려고 제주도에 살지

불멍예찬

by JJ teacher

요즘 제주도에서 주말을 제대로 보내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대전과 서울에 일이 있어

한 달을 넘게 주말마다 비행기를 탔더니 제주도에 도착하면 다음날이 출근일이었다.

오늘 오랜만에 아무런 일 없이 주말을 온전히 제주도에서 맞이했다.


이번주는 학교에서 상담주간으로 일주일 내내 학부모님과 전화상담을 했다. 올해 고학년을 담임하게 된 나는 6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 없이 20명이 넘는 학부모님과 상담을 했다. 이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학부모님과의 전화상담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말 한 마디 신중하게 해야 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하루에 4~5명씩 학부모님과 상담을 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된다. 드디어 오늘 주말과 함께 상담을 마무리 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근한 금요일,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캠핑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코로나에 확진이 되는 바람에 이것도 포기해야 했다. 운동을 하고 돌아온 늦은 밤, 마당에 불을 피웠다. 불멍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불멍을 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불멍의 분위기를 더욱 낭만적으로 더해줄 가스렌턴과 감성적인 음악을 위한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맥주! 불을 피우니 봄날 밤의 추위가 사라지고 세상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감성적인 음악이 흐르고 "타닥탁!"하며 장작이 타는 소리가 들린다. 릴렉스 체어에 앉아 하늘을 본다. 오늘따라 달도 밝다.

KakaoTalk_20220416_005323140_05.jpg 아주~~ 한량이 따로 없구만~~!!!

세상 사는 것이 뭐 이리 여유가 없는지. 요즘은 집에서 문만 열면 보이는 제주도 바다도 보지 못했다. 운전할 때 옆에 보이는 예쁜 바다도, 앞에 보이는 파란 하늘도 보지 못하고 살았다. 운전하는 차창으로 한라산이 펼쳐져 있는데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출근하기에 바빠 내 앞에 있는 차의 번호판만 보고 산 느낌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역시 행복은 마음 안에 있다. 내가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면 제주도의 하늘도, 바다도, 산도 모두 내 것이 된다. 활활 타는 불길을 멍하니 바라본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서울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을 내 집 마당에서의 홈캠핑! 이것은 제주도에 살기에 가능한 나의 특권이다.


불멍예찬!

그래, 이럴려고 제주도에 산다.

생생한 불멍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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