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은 우리와 친한 옆집 가족과 수영장 딸린 펜션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숙소를 찾지 못하였다. 웬만한 곳은 이미 예약이 차있었고, 그나마 남은 곳은 금액이 상상초월이었다. 결국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옆집 가족과의 여행은 없던 일로 했다.
"꼭 안 가도 돼. 집에만 있어도 좋아."
금요일 밤, 아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래, 그러면 다음에 가자."
아내와 나는 맥주잔을 기울이며 단 둘이 분위기 있게 시간을 보냈다. 술 한잔이 들어가니 괜히 감성적이 되는 밤이었다.
감성적......! 나만 그랬다!!
문제는 아내가 맥주를 연달아 3~4잔 들이키며 일어났다. 갑자기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어디든 나가고 싶어!" (어~? 꼭 안 가도 된다며?)
"나 주말에 집에 있기 싫어!" (뭐~? 너 아까 집에만 있어도 좋다며?)
돌변한 아내의 말에 당황했지만 나는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다.
침착해~! 침착해~~!
"지금이라도 호텔 잡을까?"
나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호텔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5분쯤 지났을까? 아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싫어!" (뭐가?)
"그렇게 알아보고 시간 보내는 것 싫어! 가려면 검색하는데 시간 보내지 말고 그냥 바로 잡아! 아니면 집에 있고!"
아내의 말에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주에서 유명한 호텔을 평소 가격의 두 배를 주고 잡았다.
"자, 됐지?"
휴대전화에 뜬 예약문자를 보고 나서야 아내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는 아주 편안하게 잤다.
"오랜만에 호텔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
지난 밤과 너무도 다른 목소리와 표정에 나는 잠시 이 사람이 똑같은 사람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그토록 가고 싶으면 말을 하던가! 그렇게 우리 가족은 지난 주말 호텔에 있었다. 호텔에 가서도 나는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 주었다. 아이들과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고, 맛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아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함께 마셨다. 뙤약볕에 하루종일 있으니 피부가 빨갛게 익고 사악한 호텔 음식 가격에 가슴이 철렁했지만 절대로 내색하지 않으며 태연하게 대처했다. 그렇게 눈치를 보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아내 얼굴에도 미소가 돌아왔으니 후회는 없다.
다만 한 가지!
'이럴 거면 애초에 놀러가자고 하면 될 것이지! 꼭 이렇게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어야 할까?'
하는 것이다.
호텔 수영장에서... 정말 난 최선을 다했다.
일요일 저녁 집에 돌아와 여행을 가기로 했던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며 이 이야기를 했더니 동생과 제수씨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