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서울에 다녀왔다. 주말에 맞추어 미리 예약해 둔 치과진료 때문이었다. 내가 치과 때문에 서울에 간다고 하면 서울의 지인들은 모두 이렇게 말한다.
"제주도에는 치과가 없어? 비행기값 아깝지 않아?"
물론 제주도에도 좋은 치과가 많다. 여름 휴가철 비싼 비행기값은 아깝기 그지 없다. 하지만 내가 그런 것을 무릅쓰고 서울로 오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내가 다니는 치과는 대형 병원은 아니다. 의사 선생님 두 분이 운영하시는 작은 치과인데 10년은 넘게 다녔던 곳이어서 마음이 편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가 약해서 정기적으로 치과치료를 다녀야 했는데 갈 때마다 증상을 설명하고 사진을 찍는 것이 여간 부담되는 것이 아니다. 마치 내 치부를 보이는 것처럼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를 진료하시는 선생님은 워낙 내 상태를 잘 아시니 부끄러울 것이 없다. 그리고 선생님처럼 꼼꼼하고 실력있는 선생님을 다시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제주도에 살아도 서울로 오는 것이다. 나처럼 치과에 자주 다닌 프로는 의사분의 손길이 한 번만 닿아도 안다.
앗, 이분 명의구나!
내가 제주도에 사는 이유로 병원에 한 번 올 때마다 선생님도 특별히 신경을 써주신다.
"이렇게 해놓으면 오시는 횟수를 줄일 수 있어요." 다른 환자를 보는 중에도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주시는 모습에 인간적인 따뜻함까지 느꼈다. 선생님은 치료가 끝나면 나를 꼭 상담실로 데리고 가신다. 진료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면, 선생님과 5분 정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제주도에 사셔서 좋으시겠어요. 솔직히 부럽네요. 저도 제주도 좋아하는데 가본 지가 꽤 되었어요."
선생님의 말씀에 나도 용기를 내서 말했다.
"혹시 연락처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개인적으로 연락드리고 싶은데......"
내 말에 선생님은 흔쾌히
"그럼요!"
하며 연락처를 적어주셨다.
"조만간에 연락 드릴게요."
라며 인사를 나누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쉬운 발길.... 한국인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이 치과라는데 치과를 가는 날을 기다리고 의사 선생님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일이 과연 흔한 일일까? 이 우습고도 신기한 일이 내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 가족이 서울에 온다는 것을 알고 서울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장동료가 공항으로 픽업을 왔다. 덕분에 편하게 치과까지 올 수 있었다. 그 직장동료는 병원까지 동행해서는 진료가 끝날 때까지 나를 기다려 주었다.
"이번에 치과 올 때 형들 안 만나면 죽을 줄 알아. 하루 자고 가."
서울에서 친하게 지내던 아파트 형들의 으름장에 우리 가족은 하룻밤을 서울 아파트 이웃의 집에서 지내야 했다. 그날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날 형은 공항까지 우리 가족을 데려다 주었다. 태워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제주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가족은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