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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6시간 잠자기!

불안주의보

by JJ teacher

나는 원래 잠이 많지 않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면 모두 놀라는 사실인데 난 진짜 잠이 없다.


나에게 잠의 기준은 5시간이다. 5시간 잤으면 적당히 잔 것이고, 그 이상이면 많이 잔 것이다. 5시간 미만이면 잠이 부족한 상태이다. 문제는 내가 5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이건 그냥 성격의 문제이다. 그리고 나는 항상 피곤하다.


반면에 아내는 잠이 많다. 상황만 되면 8시간, 10시간도 그냥 내리 잘 수 있는 사람이다. 잠이 많은 사람과 살다보니 내가 잠자리에 들 때도 아내는 자고 있고, 내가 일어날 때도 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내가 아침에 잠에서 깨면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여보, 밤 샜어?"

나는 이런 아내가 참 부럽다.


어렸을 때부터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였단 나는 잠자리가 조금만 바뀌어도 잠을 자지 못했고 조금이라도 신경 쓸 일이 있으면 밤을 샜다.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오지 않으니 정말 미칠 노릇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큰 시험이 있는 날은 긴장감에 밤을 새고 시험을 보는 날이 많았던 것이다. 나는 수능시험, 면접시험, 임용고시 등 내 인생을 결정 짓는 큰 시험들을 모두 한 시간도 자지 못한 채 치렀다. 가장 중요한 시험을 최악의 컨디션으로만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이 말을 하며 살았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누군지 아니? 머리만 대도 자는 사람, 얼마나 큰 복이야. 제일 부러워."

3년 전 임용고시를 끝으로 이제 큰 시험을 볼 일은 당분간 없어졌지만, 난 지금도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어제 준비하고 있는 책의 원고를 쓴다고 잠을 많이 자지 못했다. 하루종일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낮에 잠시 눈이라도 붙이고자 침대에 누웠다. 피곤했는지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5분 단위로 깨는 것이었다. 5분 자고 깨고 다시 잠이 들고, 또 다시 깨고 잠이 들고...... 결국 그렇게 30분이 지난 후 나는 자는 것을 포기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러면서 느꼈다.


불안주의보!

난 요즘 아무런 할 일 없이 tv를 보거나 쇼파에 앉아 있으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다. 무엇인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느낌에 굳이 할 일이 없어도 책상 앞에 앉는다. 책을 보던지, 글을 쓰던지, 아니면 마당의 잔디라도 깎아야 된다. 이도저도 아니면 차를 몰고 제주도 이곳저곳을 여행하던지, 무엇인가 목적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현대인들에게는 가끔 멍~~!하고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느껴지는 불안은 지울 수가 없다. 지금 내게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어제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지금 세 번째 책의 원고를 준비하고 있다.

세 번째 책은 여유롭고 편한 마음으로 쓰고 싶다.

무엇보다 충분히 자며 글을 쓰고 싶다.


이제부터 6시간 잠자기에 도전해 보아야겠다.

20170912170502_60.jpeg 나도 한번 이런 모습으로 일어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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