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월요병 증세는 일요일 저녁 5시가 되면 찾아온다. 나와 같은 교사는 대부분 오후 5시경이 퇴근 시간이기에 휴일에도 5시가 넘어가면 하루가 다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의 월요병 증세는 이랬다.
첫째, 일요일 저녁 다섯 시가 넘어가면 저녁 내내 한숨을 달고 지낸다. 밥 먹다가 한숨, tv 보다가 한숨, 책 보다가 한숨, 글 쓰다가 한숨, 아들딸과 놀다가 한숨.... 결국 잠자리에서까지 한숨을 쉬다가 잠이 든다.
둘째, 갑작스럽게 맥주를 찾기 시작한다. 저녁을 먹고 시원하게 맥주를 한잔 들이키면 월요병의 증상이 잠시 나아진다. 마치 진통제를 맞은 것만 같다. 냉장고에 맥주가 없으면 기어이 편의점으로 차를 몰로 가서 맥주를 사오고야 만다. 결국 알딸딸하게 취해서 잠이 든다.
셋째, 일요일 밤이 되면 급격하게 가슴이 뛰면서 다음날 처리해야 하는 일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수업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되면 걱정으로 심장이 두근댄다. 결국 잠을 편하게 자지 못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학교에 가고는 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보니 그동안 나의 월요병은 중증이었던 모양이다.
그랬던 내가...... 월요병이 사라지고 있다.
병원 치료를 받은 것이 아니다. 특별한 약을 복용한 것도 아니다. 그토록 심각했던 월요병이 사라진 것은 내 삶의 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딱 두 가지, 운동과 글쓰기 때문이다. 이제는 출근이 두렵지 않다.
나는 지금 두 가지의 인생을 살고 있다. 오전 8시 30분~ 오후 5시까지는 학교에서 철저하게 교사로서 지낸다. 학교에 있는 동안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과 학교 업무에 충실할 뿐이다.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고, 학부모와 소통하며 평범하면서도 성실한 교사로 지낸다. 18년을 초등교사로 지냈으니 교사는 그냥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이다.
예쁜 나의 아이들.... 나는 직장에서도 행복한 교사이다.
중요한 것은 오후 5시 이후이다. 퇴근후에 나는 두 번째 삶을 시작한다. 올해 버킷리스트 중 '아내와 함께 바디프로필 촬영'이 있는데 이를 위해 헬스장에서 땀을 흘린다. 처음에는 목표를 가지고 했던 운동이 지금은 생활이 되었다. 운동이 재미있고 헬스장에 가는 것이 셀렌다. 일주일에 6~7일을 헬스장으로 출근을 한다. 운동 이후에는 작가로 나만의 사무실로 다시 출근한다. 안방에 마련한 독서실에 들어가 책을 보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출판을 위한 구상을 하고, 집필을 하고, 실제 책이 출간되는 것은 정말 흥분되고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시간이 너무도 행복하다. 이를 위해 잠이 들 때까지 독서실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나만의 또 다른 사무실, 안방 독서실
직장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사를 꿈꾸고 있기에 '퇴사'라는 말만 들어도 설레고, '퇴사'를 주제로 한 글과 영상들이 넘쳐나는 것이 아닐까? 한때 나도 '파이어족'을 꿈꾸며 은퇴를 생각했지만 지금 나는 두 가지 인생을 사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지낸다면 굳이 직장에서 은퇴를 하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