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을 위한 기나긴 여정
무언가를 배울 때 치열하지 않은 것이 내 성격의 단점이다.
한때 영어를 잘하고 싶어 2년 넘게 퇴근후 영어회화 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 배드민턴에 빠져 강습을 받고 동호회를 다닌 적도 있다. 공부를 하든 운동을 하든 항상 마지막은
'이 정도면 됐지. 내가 뭐 전문가가 될 거야?'였다.
어제 헬스장 1년 회원권과 개인 p.t. 70회를 결제했다. 400만 원이 넘는 돈을 일시불로 결제하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끝을 보자!'
작년과 올해 헬스장에 바친 돈이 1,300만원이 넘는다. 1년 6개월 꾸준히 운동을 했고 체중을 늘리기 위해 식단에도 신경을 썼다. 체중이 10kg늘고, 근육량도 증가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발전이 없는 정체기이다. 문제의 원인을 생각해 보니 결국 이번에도 치열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됐지. 바디프로필 안 찍어도 상관 없잖아?'
라는 안일함이 내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었다.
술을 끊기로 했다.
나에게 맥주는 직장에서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한번에 날려버리는 비타민과 같은 것이어서
퇴근맥, 주말맥, 대낮맥, 캠핑맥, 불멍맥, 파티맥, 운동맥... 각종 이름을 붙이며 애정했었는데,
그래서 지키지 못할 금주선언 따위는 하지 않았는데......
https://brunch.co.kr/@jjteacher/27
어제 저녁 동학년 송별회 술자리에 참석해 맥주를 마시며 선언했다.
"오늘이 제 술자리 마지막입니다. 내일부터 금주입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아내에게도 말했다.
"나 오늘부터 술 끊는다."
일주일 전에 금주선언을 하고 착실히 지키고 있는 아내와 함께 왠지 이번에는 잘 지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단한 제주살이와 직장생활을 위로해 주던 친구와의 이별은 힘들고 허전한 일이 되겠지만, 이 이별의 시간이 나에게 건강한 몸을 선물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바디프로필을 위한 기나긴 여정,
나에게 그 마지막 관문은 금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