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 teacher Apr 01. 2023

제주도의 신(新) 삼(三) 성(姓)을 아시나요?

재미있고 신기한 제주도 성씨 이야기

  제주도에 살며 재미있고 신기한 것 중의 하나가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성을 가진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곳만의 고유한 성이 있다. 제주시 삼성로에 가면 '삼성혈'이라는 유적지가 있는데 이곳은 탐라국에 대한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삼성혈에 가면 땅에서 무엇인가가 솟아난 듯한 구멍이 세 개 있는데 제주도 사람들은 여기에서 탐라국의 시조가 나왔다고 믿는다. 삼성(三姓)이란 고씨, 양씨, 부씨를 말한다. 제주도에서는 고씨, 양씨, 부씨를 흔하게 볼 수 있으며  고·양·부 성을 가진 제주도민의 자부심은 매우 높다. 고·양·부씨 외에도 제주도에서는 현씨, 강씨, 홍씨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세 개의 성을 가진 사람들이 제주도 곳곳에 집성촌을 이루며 살고 있다. 이렇게 제주도는 이름 성마저 특별하다. (정말로... 태어나서 좌씨는 제주도에서 처음 만나 보았다. 여러분, 좌씨가 정말 있어요!)

삼성혈, 세 개의 커다란 구멍이 신기하다.

  "제주도 신삼성 알아요?"

  교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 선생님이 물었다. '신삼성... 삼성 그룹의 새로운 이름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 쯤 선생님이 말했다.

  "하, 허, 호씨 몰라요?"

  아하, 하, 허, 호씨! 주말이면 제주도 길거리 곳곳에 보이는 자동차 번호판 이름, 렌트카를 말하는 것이었다.

  "요즘 제주도민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에요."

  제주도는 금요일을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바뀐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제주도의 거리도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아침에는 출근하는 차량으로 저녁에는 퇴근하는 차량으로 거리가 혼잡하다. 학생들은 등교하기 바쁘고 직장인들은 출근하기 바쁘다. 육지나 제주도나 사람 사는 곳은 모두 같다. 제주도가 달라지는 때는 금요일 오후부터이다. 도로는 '하, 허, 호'를 가진 차량이 점령하고 제주도 어디를 가도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지붕을 열고 달리는 용기있는 차를 볼 수도 있다. 날씨가 좋든 나쁘든 하, 허, 호씨 속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밝다.

  "와, 어쩌면 우리랑 저렇게 표정이 다르냐?"

  "이제 제주도민 다 된거지."

  금요일 퇴근하는 차안에서 아내와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는 금요일 저녁이면 퇴근하는 내 차량이 렌트카인 것처럼 착각이 들기도 했다. 요즘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얼른 집에 가기 바쁘다. 관광객과 현지인의 차이는 이렇게 뚜렷하다.


  제주살이 6년차,

  제주도에 놀러온 관광객처럼 제주에 있는 것이 가슴 뛰고 설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주에서 우리 가족의 삶이 안정적이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요즘은 자연스럽게 제주에 스며들어 편안하게 살고 있는 가족을 볼 때마다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고·양·부

  현·강·홍

  서울에서 이주한 우리 가족이 제주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들과 똑같아질 수는 없겠지만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출몰하는

  하·허·호씨처럼 제주도의 자연과 문화, 아름다움을 즐기며 살고 싶다.

  

  오늘, 주말이다......!

요즘, 제주도는 벚꽃이 한창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살이 6년차, 요즘 제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