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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Apr 10. 2023

타운하우스, 마당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키우던 반려견과의 이별 70여일, 내게 일어난 변화

  제주도에서 집을 구할 때 우리 가족의 첫 번째 원칙은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 

  진돗개를 키우고 있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우선 순위이자 원칙이었다. 지금 사는 집도 강아지 '제주'가 뛰어놀기에 딱 적당한 크기의 잔디마당을 가지고 있어 선택했다. 

  그런데... '제주'가 죽었다. 


  지난 1월말 진돗개 '제주'가 우리 가족을 떠났다. 여러 번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강아지 '제주'는 우리와 제주살이를 똑같은 날 시작한 친구이다. 첫 번째 집이었던 성산에서도 두 번째 집인 애월에서도 '제주'는 언제나 우리집 마당을 늠름하게 지키고 있었다. 강아지의 평균 수명이 15년쯤 된다고 알고 있어 우리 가족은 종종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가고, 고등학교 가고, 대학교 가고, 군대에 가도 강아지 '제주'는 살아 있겠네?"

  어리석게도 우리 가족은 강아지 '제주'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주'가 죽던 그 날 아침, 

  '제주'는 평소와 똑같이 나와 함께 아침 산책을 다녀왔다. 

  자동급식기에서 시간에 맞추어 나오는 사료를 한 알도 빠짐없이 먹었다. 

  외출을 하는 우리 가족을 평소와 같이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모든 것이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우리 가족이 돌아왔을 때 반기지 않고 누워있었다는 것만 빼고는......

지금은 곁에 없는 '제주'


  '제주'가 죽은 지 70여일...

  아직 '제주'의 물건을 치우지 못했다. 

  마당의 모습은 '제주'가 죽은 그날 그대로이다. 

 '제주'가 죽고 나와 가족들은 마당에 잘 나가지 않는다. 

  햇살이 따뜻해도 그저 창밖을 바라볼 뿐이다.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강아지는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한 것 같아요. 얘들은 내가 전분데 난 얘들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말의 의미를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내가 조금은 덜 마음 아프고, 덜 후회했을까?

  그리고 제주가 우리 곁을 조금 더 늦게 떠났을까.....

  시간이 지나 점점 무덤덤해지고 무감각해지는 속에서도 가슴 한 구석이 여전히 허전한 것은 내가 평생을 안고 살아야할 아픔일 것 같다. 


  눈부시게 햇살 좋은 날,

  마당을 쉽사리 나가지 못하는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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