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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n 11. 2023

제주도의 강남 노형을 아시나요?

제주도에 살면 알 수 있는 것

  딸아이가 다리를 다쳤다. 방과후 학교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계단 모서리에 부딪혔는데 무릎이 자꾸 부어오르고 아프다고 했다. 병원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자 눈앞이 캄캄했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제주도에 살며 병원에 갈 때면 언제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정형외과에 전화를 해 시간을 예약하고 퇴근후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그리고... 기다림으로 인한 인고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날도 오후 5시로 예약을 했는데 6시가 훌쩍 넘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저녁 식사시간이 다가오자 배는 고프지, 지루하지 짜증이 밀려왔다. 진료를 마치고 처방전을 받으며 간호사분에게 한 마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예약을 했는데 한 시간 넘게 기다리면 예약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분의 잘못이 아닌 것은 알겠지만 나도 어디다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하여간 매번 이렇다.

다리를 다쳤는데... 하여간 해맑아~~

  제주도에서는 진료를 받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제주도에 병원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곳에도 병원은 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은 따로 있다. 그 이유는 특정 병원에 너무 몰린다는 것이다. 제주도에 살며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제주도에서는 진료과별로 마치 지정이라도 하듯이 유명한 병원이 따로 있다. 이비인후과는 여기, 안과는 저기, 치과는 거기, 피부과는 요기, 정형외과는 고기...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이렇게 공식 지정이라도 된 듯한 병원에는 진료를 받고자 제주도 전역의 도민들이 아침부터 줄을 선다. 애월, 조천, 구좌, 한림에서부터 성산, 안덕, 위미 등 서귀포에 사시는 분까지 50km 넘는 거리를 운전해서 병원진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흔하다.(나도 성산에 살 때 그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형동의 유명한 병원은 하루종일 붐빈다. 

제주도 인구가 68만 정도인데 50만이 제주시에 산다.

  병원 뿐이 아니다. 학교나 학원 등 교육시설부터 미용실, 마트 등 각종 편의시설도 모두 이곳에 몰려있다. 아무래도 노형동에 대단지 아파트가 조성되어 있어 이러한 시설들이 들어선 것일텐데 제주도의 다른 지역과 편차가 굉장히 심하다. 학군 좋고, 의료 시설,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이 곳은 아파트 한 채의 가격도 웬만한 서울 아파트 가격과 맞먹는데 그래서 제주도민들은 노형동을 '제주도의 강남'이라 부른다.  


  토요일 아침 평소 다니는 노형동의 미용실을 예약하고 애월에서부터 운전을 해서 갔다. 미용실 사장님도 서울에서 내려오신 분인데 이분에게 머리를 할 때면, 서울에서 할 때처럼 마음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다. 예전에 성산에 살 때 뽀글 파마하시는 할머니 옆에서 머리를 했다가 크게 낭패를 본 기억이 있기에 머리만큼은 아무 곳에서나 하지 않는다. 

https://brunch.co.kr/@jjteacher/19

(제주도에서 처음 머리를 했던 슬픈 사연은 위의 글에 있다)


  머리를 하고 역시나 만족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성산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형님, 오늘 날씨도 좋은데 뭐하세요?"

  "머리 깎았어."

  내 말에 지인이 말했다.

  "노형에서요? 와~ 역시 도시남이네요."

  노형동과 가까운 애월에 사는 덕분에 지금 나는 도시남 대우를 받고 있다. 


  예전에 진짜 서울 강남에 사는 후배가 제주도에 놀러와 만난 적이 있다. 후배와 함께 차를 타고 노형을 지나가며 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여기가 바로 제주도의 강남 노형이야." 

  그러자 후배가 한 마디 했다.

  "어딜 봐서요?"

  신기한 듯 내 얼굴을 바라보는 후배의 눈빛에 나는 다시 깨달았다.

  "아... 나도 이제 제주 사람 다 되었구나!"


  내년이면 우리 가족은 애월살이를 마치고 노형동으로 이사를 한다. 아내와 내가 근무하는 학교도, 아들과 딸이 다니는 학교도 노형동에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결정했다. 성산, 애월에 살던 우리 가족이 제주도의 강남으로 이사를 가다니.... 서울촌놈, 참 성공했다~~!!

  오리지널 서울 강남 사람들이 제주도의 강남 노형을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6년차 제주도민인 나에게 노형은 서울의 강남보다 더 좋은 곳이다. 내가 서울보다 제주도를 더욱 사랑하듯이......


  여러분, 제주도의 강남 노형을 아시나요? 

노형동 드림타워에서 찍은 노형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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