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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02. 2023

반려견을 기다리는 마음

가족을 기다리는 마음

  지난 1월 우리와 같은 날 제주살이를 시작한 강아지 '제주'가 죽었다. '제주'가 죽던 날, 아침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나와 아침 산책을 했고 밥그릇에 있는 사료도 말끔하게 먹었기에 외출후 확인한 '제주'의 죽음은 우리 가족에게 큰 충격이었다. 제주를 하늘로 떠나 보내며 몇날며칠을 울었고 아내는 한동안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 펫로스 증후군......아이들은 어려서인지 금방 슬픔에서 벗어나오는 듯 했지만, 아내와 나는 '제주'의 빈자리가 여전히 크고 힘겨웠다.

  '다시 강아지 키울까?'

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금방 새로운 강아지를 맞이하는 것은 떠난 아이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정리되면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5개월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영롱한 보석이 된 진돗개 '제주'

 아이들이 강아지를 키우자고 졸라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심해졌다. '제주'가 떠난 지 6개월에 접어들자 잠들기 전 강아지 유튜브를 보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현상이 내게 일어났다. 모두가 예상된 일이었다. 아이들과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강아지 한 마리 데리고 오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나마 냉정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아내가 없었다면 이미 일은 벌어졌을 지 모른다.

  "우리 강아지 다시 키울까? 이번에는 정말 잘 키울 자신이 있어. 아이들도 저렇게 원하는데......"

  "안돼!"

  처음에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절을 하던 아내도 계속된 나와 아이들의 설득에 마음이 약해지는 듯 했다.   

  "우리 동네에 반려견 분양샵 있던데 한 번만 보러 가자. 보는 것은 괜찮잖아."

라는 나의 말에 온 가족이 분양샵으로 출동했다. 가서 본 강아지들이란...... 심장을 마구 폭행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아내를 제외한 세 명은 넋을 잃고야 말았다.

  "한 번 안아 보셔도 되어요."

라는 사장님 말에 안아본 강아지, 품 안에 포근하게 안겨 얌전히 있는 아이는 '얼른 저를 데려가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여보도 한번 안아봐."

  아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강아지를 안았지만 나는 그 순간 눈치챘다. 아내의 마음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 그때부터 우리 가족의 제주도 강아지 분양샵 투어는 매주 계속 되었다.

심장을 마구 폭행하던 아이들

  "엄마, 한 마리만 키우자. 이번에는 배변패드도 내가 갈아주고 같이 놀아주고 목욕도 시킬게. 정말이야."

  "여보, 애들도 이제 컸으니까 잘 할거야."

  철옹성 같은 아내의 마음을 열고자 우리 셋은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렇게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다녀온 분양샵에서 동글동글 똘망똘망한 말티푸를 본 아내가 집에 돌아오자 말했다.

  "조건이 있어."

  아내의 말에 나는 아들, 딸과

  "뭔데? 뭔데?"

하며 아내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도서관에서 각자 3권씩 반려견에 대한 책을 완독하고 공부한 다음에 데려올 거야."


  아내의 명령이 떨어진 다음 날인 오늘, 우리 가족은 제주도에서 가장 큰 도서관에 가서 반려견에 대한 책을 한아름 빌려왔다. 그리고는 고시공부 하듯이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어렸을 때 강아지를 좋아하시는 아버지 덕에 강아지를 몇 마리 키워본 경험이 있다. 처음에 '제주'를 키울 때 자신만만했던 이유는 어렸을 때의 경험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강아지를 키워보고 책을 읽고, 영상을 보며 공부할 수록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잘못되고 무지한 옛날 방식이었는지 깨달았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나는 개란(특히 내가 키웠던 진돗개는 더욱) 뛰어놀 마당과 집이 있고 제때 산책과 먹이만 주면 되는 줄 알았다. 그것이 다인 줄 알았다. 마당을 지키는 개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세상의 모든 개는 똑같이 인간과 얼마나 많은 교감을 해야하는지 몰랐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함께 사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에 이번만큼은 신중하게 차근차근 새 식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려 한다. 어떤 강아지가 우리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될 지 아직은 모르지만 우리와 함께 살 소중한 생명이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반려견을 데리고 올 것이다.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힘들겠지만 더 큰 행복을 위해 조급해 하지 않을 것이다.


  반려견을 기다리는 마음은

  함께 살아갈

  가족을 기다리는 마음과 같기에.

오늘 밤도 공부를 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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