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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12. 2023

당신은 섬을 좋아하시나요?

제주살이를 꿈꾼다면 알아야 하는 당신의 성향

  서울에서 부부교사로 안정적으로 살던 우리 가족이 1~2년의 제주살이가 아닌 과감한 완전 이주를 실행하자 우리 부부의 지인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    

  "제주도는 놀러가는 곳이지 살 곳은 아니야."

  "한번 살아봐. 거기라고 다를 줄 알아?"

  이 말들은 일가친척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제주도에 이주하자 제주도민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도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왔다고 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서울에서 왜요? 제주가 고향이세요?"

라던가, 

  "혹시 무슨 사연이 있으세요?"

였다. 이런 말을 들으면 가끔 '나도 뭐 하나쯤 사연이 있다고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대부분 이랬던 것을 보면 제주도 이주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사계해안에서 볼 수 있는 형제섬

  사람들이 이처럼 걱정을 했지만 정작 나는 처음부터 제주도에서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주도와 내가 잘 맞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단지 내 걱정은 서울이 고향인 뼛속 서울여자 아내와 아이들이었다. 가족들만 잘 적응한다면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주이주 6년차, 다행히 아내도 아이들도 제주도에서 잘 지내고 있다. 오히려 아내는 나보다 더 제주를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제주도에서 잘 살 것이라고 자신했던 것은 내가 가진 성향 때문이었다. 사람들 많은 곳에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보다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나이 40이 넘어서도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안방에 (문닫고 들어가는) 커다란 1인 독서실 책상을 들여놓을 정도로 혼자만의 공간을 좋아하는 나 자신을 알기 때문이었다. 

  제주살이를 꿈꾼다면 알아야 하는 당신의 성향!

  그것은 당신이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인가를 아는 것이다.

  제주도는 섬이다. 섬은 바다를 건너야만 올 수 있는 곳으로 모든 길이 끊긴 외딴 곳이다. 제주도가 큰 섬이라고 해도, 인구가 70만에 가까운 섬이라고 해도 이곳이 섬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신의 주 활동무대가 육지이고, 대중 속에 있기를 좋아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속에서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제주도에서 분명히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아니, 힘들어 할 것이다. 나처럼 폐쇄적인 사람도 가끔 이곳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나와 친하게 지내던 몇 안되는 사람들도 내가 제주도에 정착하자 대부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 지금 내게 남아있는 친구들은 정말로 찐~~친구들이다. 그나마 남은 찐 친구들도 보고 싶다고 해도 쉽게 볼 수가 없다. 

나는 느리지만 아름다운 제주도의 해안도로를 좋아한다

  제주에 사는 나의 일상은 단순하다. 아침에 출근하고 퇴근하면 저녁 먹고, 운동하고 잠이 든다. 직장 회식 아니면 저녁 약속은 아예 없다. 개인적인 약속이 없으니 내가 가진 모든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낸다. 밥을 먹어도 가족, 술을 먹어도 아내, 여행을 가도 가족... 가족을 벗어나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다. 내가 가끔 하는 일탈은 혼자 스터디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보는 정도이다. 정말 청정한 삶이다. 그게 가능하냐고? 제주도에서는 가능하다!


  내가 만일 밖에서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면 나도 제주도라는 섬과는 맞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아예 '제주도 이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지금도 제주이주를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주도 안에서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다. 가끔 뉴스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제주이주를 후회하며 다시 육지로 올라가는 사연이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제주도에 대하여 원망 섞인 목소리로

  "절대로 오지 말라!"

고 말하는데 어쩌면 그들은 애초에 섬이라는 곳과 맞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제주도로 이주를 하려면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집, 물가, 교육, 의료, 일자리, 교통, 육아, 난방(이곳에서는 정말 중요하다), 각종 서비스 인프라, 택배까지....... 섬은 육지와는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에 육지의 다른 시군구로 이동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러한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자신이 과연 섬이라는 곳과 맞는 사람인가?'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진지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당신의 선택이 후회 없을 것이다. 


  제주이주 6년차, 다행히 우리 가족은 제주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물론 가끔 섬에 사는 고단함에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나는 섬이 주는 단순함이 좋다. 이리저리 실타래처럼 얽히지 않고 내 인생에 집중할 수 있는 몰입감을 주는 것이 좋다. 인간관계에 있어 어떤 사람이 내 사람인가를 분명하게 구별하게 해주는 명료함이 좋다.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잘 살아왔고 앞으로 더 좋은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려 한다.


  당신은 섬을 좋아하시나요?

지난주 운전하다 본 하늘이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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