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혼자만의 시간은 사라졌다.
처음 코로나로 격리되었을 때 집안에서만 지내야 하는 답답함은 있었지만 모처럼 다시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에 설레기도 했다. 첫날이었던 월요일 하루가 흐지부지 흘러가고 화요일 아침, 집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며 보람있게 시간을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다. 집안일을 좀 하고 점심을 먹고 책상 앞에 앉아 책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아빠, 나 코로나 걸렸어. 지금 조퇴하래."
띠로리~~!!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은 하루만에 막을 내렸다. 이때부터 딸아이의 집사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빠, 나 밥! 물! 약!"
"심심해! 나랑 놀아줘......!!!"
하루종일 나를 집사처럼 부리는 딸아이에 지친 나의 입에서 나온 처절한 한마디!
"아빠도 지금 환자거든?!"
데자뷔(deja vu)인가? 사실 이러한 광경이 낯설지가 않다. 엄밀히 말하면 데자뷔가 아닌 도돌이표이다. 내가 임용고시 준비를 애써 다시 하던 시절, 1차 시험이 끝나고 아내에게 말했다.
"나 일주일만 혼자 캠핑 가도 될까? 애들 학교 보내고 픽업하는 것은 알아서 할게. 애들 학교 갔을 때랑 여보 퇴근하면 혼자 캠핑장에 있을게."
아내의 승낙에 나는 제주도 산속 캠핑장에서의 낭만적인 쏠캠을 꿈꾸며 들떠 있었다. 캠핑장을 처음으로 5박 6일 장박 예약하며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낭만은 시작하기도 전에 깨져 버렸다. 캠핑 첫날 딸아이가 수두에 걸려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딸아이는 5박 6일을 내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뜨라빠빠!(지금도 딸은 가끔 날 이렇게 부른다.) 심심해~~ 놀아줘~~"
그야말로 꼼짝없이 독박육아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함께라니.... 딸! 너는 아빠를 절대 혼자 두지 않는구나?
사실 이번 일은 미안함이 있기는 하다. 코로나 확진 전날밤도 딸아이와 꼭 끌어안고 잤으니 딸아이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이것도 할 말이 있는 것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딸아이는 지금도 나 없이는 잠이 안 온다고 한다.
"아빠 팔은 날 잠이 오게 하는 마법이 있어."
이런 말로 내 가슴을 녹이는 딸아이를 두고 매정하게 돌아서는 것은 쉽지가 않다. 지금 우리집은 1층에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아내와 아들이 생활을 하고 2층에는 딸아이와 내가 나란히 한 방씩 차지하고 격리되어 있다.
"아빠, 잠깐만 이리 와."
하면 쪼르르 달려가는 내가 우습기는 하지만 세상 모든 딸 가진 아빠들이 똑같지 않을까? 단지 잠시 고독을 즐길 기회조차 주지 않는 딸아이가 매정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러면서도 자꾸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는 모습이란.....!
지금은 잘 때마다 아빠 팔을 찾는 마냥 아기같은 딸이지만 언제까지 그럴까? 시간이 지나면 딸아이도 분명 나와 거리를 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비록 나의 일주일 코로나 휴가는 날아갔지만 기쁜 마음으로 딸아이의 시중을 들어야겠다. 시간이 지나 딸아이의 기억 속에 아빠와 함께 했던 코로나 격리 일주일의 시간이 오랫동안 특별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며......
그나저나....
자꾸 심심하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달라는 건지.
"딸! 쎄~쎄~쎄~라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