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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May 04. 2023

제주도 가장 높은 건물에서의 하룻밤

제주도 드림타워 하얏트 호텔에 가다.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드림타워'입니다.


  우리 가족이 처음 제주도에 정착한 2018년도만 해도 이 건물은 공사중이었다. 건물을 지을 때 고도 제한이 있는 제주도에서 이렇게 높은 건물이 지어진다는 것은 생소한 일로 서울에서 온 우리 가족은 이 건물이 빨리 지어지기를 기다렸다. 드림타워는 건물의 규모 때문인지 공사가 지체되기도 하며 완공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드림타워는 2020년이 되어서야 완공이 되었다. 각종 쇼핑몰과 의류점, 음식점, 편의시설을 갖춘 이 건물이 도민과 관광객들 사이에 더 유명해진 것은 1600개의 객실을 갖춘 5성급 하얏트 호텔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아빠, 우리도 한번 저기서 자봐야 하는 것 아니야?"

  호캉스에 전혀 관심이 없던 아들조차 드림타워 앞을 지날 때면 이런 말을 했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빠는 직장뷰는 싫어.(내가 근무하는 직장이 드림타워 바로 코 앞이다.) 그 돈이면 서귀포 바다가 보이는 멋진 곳에서 하루를 보내지."

  그렇게 핑계를 대며 버텨왔는데 드디어! 우리 가족도 '드림타워 하얏트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직장 동료가 알려줘서 무심코 응모했던 <드림타워 2주년 제주도민 경품 이벤트>에 호텔 숙박권이 당첨이 된 것이다.

  세상에! 지인의 돌잔치에 참석해도 그 흔한 세제 한 번 당첨이 된 적이 없었는데 호텔 숙박권이라니,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의심까지 했었다. 호텔 프런트에 확인전화를 하고나서야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숙박권은 원하는 날짜 언제든 쓸 수 있는 혜택까지 있어 마침 찾아온 내 생일에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한라산이 보이는 고급스러운 객실

  드림타워는 모든 것이 웅장했다. 주차장, 로비, 홀, 수영장, 상점, 엘리베이터, 심지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까지 모두 크고 시원시원했다. 시내 한복판 어마어마한 부지에 지어진 빌딩이어서 그런지 모든 공간을 넓고 길게 빼놓았다. 거기에 층고는 높고 공간은 넓은 객실이란...... 마치 "우리는 고객님께 아낌없이 내어 드립니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 가족은 호텔에 도착해 객실을 배정받고 곧바로 실내 수영장으로 향했다. 따뜻한 온수풀은 이미 많은 투숙객으로 붐볐다. 요즘 외국인들이 제주도를 많이 찾는다던데 수영장에는 중국인 반, 한국인 반이었다. 수영장에 들어간 아이들은 도무지 수영장 밖을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배가 고파 쓰러질 때 쯤에야 나온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가족은 38층에 위치한 '드림타워 포차'로 향했다. 38층에서 내려다 보는 제주도의 야경은 서울의 야경과는 또다른 멋이 있었다. 도시의 화려한 야경과 멀리 한라산이 어우러진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38층의 포차는 간단한 식사와 맥주 한잔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초고층 빌딩에서 제주도 야경을 보며 마시는 맥주, 듣기만 해도 특별하지 않은가?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멋진 뷰를 볼 수 있는 값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객실로 와서 포근한 잠이 들었다.

38층 포차와 제주시내 야경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들은 야외 온수풀에 가자고 졸라댔다.

  "어제 수영했잖아."

하며 별 기대 없이 온 야외 수영장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제주도 시내와 바다, 한라산, 오름이 모두 보이는 곳에 위치한 수영장은 수영을 하지 않더라도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나도 수영장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감상에 빠졌다. 아내와 아이들이 수영을 할 때 나는 피트니스 센터로 가서 운동을 했다. 내가 다니는 헬스장에서는 구경하지 못한 최신식 헬스 기구 덕에 시간 가는지 모르고 운동을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수영을 하고 나온 아내와 아이들과 만나 드림타워 주차장을 나오고 나서야 1박 2일의 호캉스를 마칠 수 있었다.  

  언젠가 일이 있어 온가족이 서울에 갔던 날, 딸아이가 했던 말에 웃음이 난 적이 있다.

  "아빠, 서울은 드림타워가 수백개야."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 한복판이 아이들 눈에 신기하게 보이는 것을 보니 서울이 고향인 아들딸도 이제 제주남매가 다 되었다. 제주도에 살아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우리 가족은 많은 이유 중의 하나로 각양각색의 호텔이 많다는 점을 말한다. 타도시에 비하여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가성비 좋은 호텔이 많아 부담없이 하루 머물다 올 수 있다는 것은 제주도만이 가진 장점이다. 우리 가족처럼 일상을 여행하며 살고 싶다면 이보다 좋은 조건이 없다. 아내와 내가 금수저 출신은 아니기에 언제나 우리 가족은 저렴한 호텔을 찾지만 가끔 이렇게 고급 호텔에 머물다 오면 삶의 가치가 한층 높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더군다나 이번 호캉스는 객실비가 전혀 들지 않았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올해 생일은 오랫동안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제주도에 살다보니 뜻하지 않은 행운이 오기도 한다. 우리 가족이 제주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제주도 어딘가에 전해진 모양이다.


  제주살이가 지루할 틈이 없다.

  우리 가족의 제주살이, 평범하지 않아 특별하다.

호텔 헬스장에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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