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 teacher Apr 15. 2021

제주도에 대한 오해 다섯 가지

- 4년차 제주도민이 바라본 제주도

  "제주도 좋아?"

  아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아이들과 놀러갔을 때 교감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으셨다.

  "네!"

  아이들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야기하자 교감선생님이 혼잣말로 이렇게 말하셨다.

  "난 서울 가고 싶은데...."    

  우리 가족이 서울에서 제주도로 완전히 이주를 하자 제주도가 고향이신 분들은 우리를 참 신기하게 생각했다.

  "제주도가 고향이세요? 제주도에 연고가 있으세요? 그런데 왜요?"

  이러한 물음은 마치 세트처럼 우리를 따라다녔다. 사람은 자기가 살아보지 못한 곳에 대하여 어느 정도 환상을 가지는 것 같다. 제주도가 고향이신 분들이 서울에 대하여 환상을 가지듯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제주도에 환상을 가진다. 나도 한때 그랬다.

  제주도 이주 4년차, 이제 막연히 제주도의 모든 것이 좋아보이는 시기는 지나갔다. 안개가 걷히듯이 제주살이의 장점과 단점이 선명하게 보이는 시기이다.

  "여보, 너무 제주도 좋은 점만 쓰는 것 아니야? 객관적인 것 맞아?"

  내가 제주도를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맹목적이지만은 않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제주도에 대한 오해 다섯 가지'가 있다.    


  제주도에 대한 오해

  첫째, 제주도는 청정지역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공기가 좋지 않아 제주도로 내려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며칠 전,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황사와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은 날이 있었다. 그 많은 지역 중 황사와 미세먼지 지수가 가장 높았던 곳은 바로 제주도였다. 특히 미세먼지 지수는 한때 1600㎍ 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말 경이로운 수치이다. 참고로 미세먼지 나쁨의 기준이 81㎍이다.) 제주도에 살며 날씨를 보면 다른 지역은 미세먼지 지수가 좋음이나 보통인데, 제주도만 나쁨인 경우가 종종 있어서 신기했다.

제주도 미세먼지지수와 하늘

 

이렇게 육지와는 비교도 안되는 수치로 미세먼지가 나쁜 날도 종종 있다.

  둘째, 제주도 아이들은 학업의 스트레스가 적다?

  11년째 고등학교 수학능력 표준점수 평균이 전국에서 1위인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는가? 바로 제주도이다. 특히 수학과목은 경쟁지역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오름과 바다를 오가며 놀기만 할 것 같은 제주도 학생들은 공부를 진짜 많이 한다. 다른 지역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서울권 의대 합격생 한두명만 나와도 크게 성공한 것처럼 선전하는데, 제주도 어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십여명의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제주도 아이들도 학원을 많이 다닌다.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서울에서 학원 보내지 않고 자유롭게 아이들 키우겠다는 학부모들이 학원 알아보기에 바쁘다. 결국 애 가진 부모들은 다 똑같다.

제주 학생들, 참~ 공부 잘한다. 제주도지사도 전국 1등 출신이라지?

  셋째, 제주도민들은 한적한 단독주택에서 전원생활을 한다?

  제주도에 내려와 신기했던 것은 제주도민일수록 아파트를 좋아하고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다. 제주도 도심권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 강북권과 거의 맞먹는다. 타운하우스나 전원주택에는 대부분 외지인이 산다. 요즘은 이주민이 줄어들면서 이러한 집들이 남아돌아서 집값도 많이 떨어졌다. 잔디가 있는 마당에서 바베큐를 하며 한가롭게 사는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 물론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나처럼)도 있지만 아파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잔디가 깔린 마당에서 살아보았는가? 정말 잡초와의 전쟁이다.

  넷째, 여름만 되면 바다에서 마음껏 물놀이를 즐긴다?

  우리 아이들은 호텔수영장을 좋아한다. 바다에서 물놀이 하자고 하면 "끈적인다, 덥다, 모래 뭍는다."하면서 집에 가자고 한다. 호텔수영장에서 놀자고 하면 환호성을 친다. 우리 아이들만? 아니다. 내 주변 이웃 모두 그렇다. 그래서인지 휴일에 제주도 호텔에 가면 관광객보다 제주도민이 더 많다.

  다섯째, 제주도에 살면 매주 여행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맞다. 바다도 매일 보니 그냥 흔한 바다이고, 오름은 오르자니 귀찮다. 한라산은? 그냥 한라산일 뿐이다. 감히 오를 엄두는.... 나는 주말마다 나가고 싶다. 그러나 아이들이 집에 있자고 한다. 아내도 집이 가장 편하다고 한다. 이렇게 도민이 되어 간다.

  그외, 제주도 사람은 흑돼지만 먹는다? 제주도에 살면 골프나 낚시를 마음껏 한다?

  팩트 체크!! 제주도에 살면 백돼지를 먹는다. 흑돼지나 백돼지나 잘 구워먹으면 거기서 거기다. 비싸기만하다. 골프나 낚시...  참고로 나는 한 번도 안 해 봤다. 이것도 성향이나 기호의 차이일 뿐이다.     


  글을 쓰고나니 벌써 제주도민 다 된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제주도가 좋다.

  미세먼지 지수가 높아도 맑은 날 보는 제주도 하늘이 멋지고, 

  내 자식 공부는 시키지 않지만 제주도 학생들이 공부를 잘한다니 괜히 좋다. 

  잡초가 아무리 올라오고 할 일이 많아도 층간 소음 없고 바베큐 할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이 좋다. 

  잘 들어가지는 않지만 보기만해도 시원한 제주바다가 좋고

  가족들이 협조하지 않아도 혼자라도 갈 곳이 많은 제주도가 좋다.    

  

  내 제주병은 아직 낫지 않았다.

  아무래도 낫기는 힘들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제주도에서 마냥 행복하다. 이 아이들에게 근심걱정따위는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도에 살며 제주도를 그리워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