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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May 18. 2023

교사라는 착각

제 42회 스승의 날을 보내며

  매년 찾아오는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 '스승의 날'은 학교 행사 중 꽤 비중이 있는 날이었다. '스승의 날'이면 운동장이나 강당에 모여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거나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를 부끄럽게 억지로 부르고는 했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선생님 책상에는 꽃과 편지가 수북히 쌓여 있던 풍경은 이 시대를 사는 어른들에게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아쉽다고 해야 할 지, 잘되었다고 할 지...... 요즘 '스승의 날'은 아무런 날이 아니다. 간혹 '스승의 날'을 맞아 창체 시간에 편지 쓰기를 교육하시는 선생님도 계시지만, 그 덕분에 학생들 편지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그냥 지나간다. '스승의 날'을 맞아 방송조회를 통해 교장 선생님이 훈화 말씀을 하시는 등의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잘 되었다. 

  

  스승의 날, 교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해당 선생님이 어떠한 잘못을 했는지 잘 몰랐고, 옆에서 내용을 들어 보아도 마찬가지였지만 불만이 있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려 노력했다. 내용증명을 요구한다는 학부모의 말에 내가 든 생각은 한 가지였다. 


  '꼭 오늘이어야 했을까?'


  며칠전 학교에 학생이 등교하지 않아 담임 선생님이 다급하게 교무실로 도움을 요청하셨다. 결석한다는 이야기가 없었고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연락이 되지 않아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2교시까지 기다려도 아무런 연락이 닿지 않자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내가 학생의 집에 찾아가기로 했다. 주소 하나만을 받아들고 걷고 걸어, 찾고 찾아 학생의 집에 도착했다. 띵동띵동!! 안에 인기척은 있는데 응답이 없었다. 

  "OO초등학교에서 나왔습니다. 학생이 안 와서요. 학생 안에 있나요?"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밖에서 물었을 때 들려오는 대답,

  "누가 그렇게 남의 집에 함부러 찾아 와요. 신고하면 선생님 잡혀가요. 신고할까요?"

  누구를 원망하랴.... 학생이 연락도 없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학생의 안전부터 확인하라는 것이 교육청 지시사항인 것을.... 그것이 교사의 의무인 것을! 나는 학부모가 빨리 경찰에 신고해 주기를 원했다. 그래야 나도 학생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학부모는 문도 열지 않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문앞에 있어야 했다.


  교사라는 착각,

  '어쩌면 나는 교사라는 착각을 하며 교직 생활을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교직 사회의 분위기와 해가 거듭될 수록 교사도 하나의 직업에 불과하다는 사회적 인식! 언제부터인가 교사로서의 보람을 찾기가 힘들어진 구조 속에 40대 부장교사가 어떻게 해야 만족하는 교직 생활을 할 지 고민이 된다. 


  제 42회 스승의 날, 

  비록 우울한 뉴스가 많았지만......

  내일 아침에 만나면 웃어주는 아이들이 있기에

  나는 학교로 출근한다. 

  출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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