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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Aug 25. 2023

방학과 교사, 그 불편한 진실에 관하여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선생님, 그 글 봤어요. 급식시간!"
  2년 전, 급식시간에 아이들 급식지도를 하고 있는데 영양선생님이 내게 뛰어 오시며 말씀하셨다. 참고로 영양교사와 나는 이전에 한 마디도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제야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보았다. 오전 내내 브런치 알림이 계속 울린다 했더니 이건 뭐 시간 단위로 조회수가 5천~1만씩 늘어나고 있었다. '초등교사의 점심시간-초등교사의 비애'라는 이 글은 이틀만에 조회수 13만을 넘기고 며칠 지나지 않아 17만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내가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은 좋은 일인데 문제는 다른 것에 있었다. 바로 악플이었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쓴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입에 담기 힘든 악플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https://brunch.co.kr/@jjteacher/129

하루에 6만이 훌쩍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글


  

  선생새끼, 편할 줄 알아라. (힘들다고 한 적 없다.)

  그것도 고민이냐.(고민이라고 말한 적 없다.)

  그 경력에 그것도 힘드냐? (힘들다고 한 적 없다.)

  힘들면 관둬라. (힘들다고 한 적 없다니까?)

  능력도 없는 것이! (능력 없다고 말한 사람 없다.)

  꼰대새끼~~ (무슨 근거로?? 난 새끼가 아닌 아빠입니다.)

  등등


  내 글의 주제와 상관도 없는 인신공격성의 악플들을 읽고 있자니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자 기자로 일하는 지인이 말했다. 

  "그냥 놔두세요. 견디셔야지 유명해져요. 이제 자기들끼리 싸울 걸요?"

  지인의 말은 사실이어서 댓글은 200개를 넘어섰고, 댓글창에서는 서로 논쟁과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고 댓글을 안 읽을 만큼 성격이 무덤덤하거나 멘탈이 강하지 않아서 나는 이틀만에 댓글창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악플을 찾아 하나하나 삭제했다. 그러자 조회수가 떨어지고 브런치가 잠잠해졌다. 내가 그 글을 쓰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느낀 것이 하나 있었다.

  "사람들이 교사를 참 싫어하는구나. 다시는 교사 이야기는 쓰지 말아야지."

  실제로 그 글 이후로 교육이나 학교 이야기는 잘 쓰지 않았다. 학교에서 교사가 급식을 먹는 것조차 많은 사람들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영양사가 해주는 균형있는 식단을 공짜로 먹잖아!'

  교사들은 급식을 공짜로 먹지 않는다. 교사들의 급식비는 아예 급여에서 제외되어 명세서에 찍혀 나온다. 그리고 급식비도 아이들 기준이 아닌 성인 기준으로 지불하고 있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무자비하게 교사를 공격하는 사람들을 보며 교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분풀이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교사를 공격하는 또 다른 것으로 '방학'이 있다. 학교에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각각 한 달 정도, 총 두 달의 방학이 있고 교사는 이 기간 동안 연수를 받거나 휴식을 갖는 등 각자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 방학이 교사에게 혜택임에는 분명하다. '1급정교사 연수는 한 달 넘게 받아야 하고,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연수가 있으며, 방학중에도 공문처리를 위하여 출근을 하며 근무도 돌아가며 해야 한다.'는 말을 구차하게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교사에게 방학이 있다는 이유로 교사는 얼마나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가!


  직업의 종류는 다양하며 저마다 다르다.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의사나 변호사처럼 전문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도 있으며 공무원처럼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직업도 있다. 또한 자기 사업체를 경영하며 도전하고 성취감을 얻는 직업도 있다. 직업의 종류가 다른 만큼 직업마다 가진 특성이 다르다. 또한 각 직업마다 힘들고 어려운 고충이 있다. 모든 직업이 존중받고 인정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나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고 그에 열중하며 다른 직업을 존중하는 것은 서로간의 예의이다. 

  교사의 급여는 높지 않다. 교대를 졸업한 초임교사의 월급이 한달에 2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정도이며 호봉에 따라 급여는 오르지만 이 또한 미비하다. 그래도 괜찮다. 대한민국의 교사들이 돈을 많이 벌려고 교사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교사에게도 다른 직장인처럼 연가가 있지만 거의 쓰지 못한다. 반 학생들이 있고 맡은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도 웬만하면 학교에 출근한다. 방학이 없는 학교를 상상해 보았는가? 학기말이 되면 아이들은 더욱 통제가 되지 않고 아이들도 힘들어 한다. 아이들에게는 방학이 필요하고 개학후 다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것은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교사도 다른 직장인처럼 연봉이 정해져 있고 이 연봉은 12달로 나누어 지급이 된다. 방학 때 받는 월급은 1년의 연봉을 12달로 나누어 지급하는 것이다.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급식을 먹으며

  1학기와 2학기가 끝나면 두 번의 방학이 있고

  매년 새로운 학생을 만나고 도돌이처럼 똑같은 학사일정을 소화하는 직업이다.


교사는 원래 그런 직업이다.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 중의 하나인 방학!

  언제까지 사람들은 방학을 가지고 교사를 공격하고

  교사는 왜 의기소침해져야 하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서로의 직업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며 

  공격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방학이 끝났다. 내일 2학기가 시작된다. 

  더욱 떳떳하게 아이들을 만나러 가야겠다. 

  그리고 웃으며 반갑게 인사할 것이다.

  "얘들아, 그동안 잘 지냈니?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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