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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Nov 25. 2023

유리멘탈 초등교사의 험난한 직장생활

결국은 사람이 문제야

  나에게 직장생활의 지향점이 있다면 '있는듯 없는듯 조용히 지내기'였는데

  그래서 그동안 그렇게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두 틀려버렸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교육부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학교장님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시작된 일인데 자연스럽게 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나의 일이 되었다. 연구학교라는 것이 회사로 따지면 그 회사가 몇 년 동안 지속할 가장 큰 프로젝트를 결정하고 수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청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 논문에 가까운 '연구 계획서'를 교육청에 제출해야 하고 심사에 통과해야 한다. 선정이 되면 더욱 험난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전교원들과 협업하여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결과를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 나는 이 연구계획서를 쓰기 위하여 2주동안 매일 학교에 남아 야근을 해야했다. 단지 내 역할이며 임무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피땀어린 계획서를 제출했다.  


  직장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기는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사람들로 인하여 많은 상처를 받았다. 사람들의 의견이 모두 같을 수는 없기에 응당 따라오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기도 했지만 막상 닥치면 상처가 된다. 부장교사라는 자리가 관리자의 경영의지를 보조하고 실행하는 자리이기에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고 때로는 저항하며 강력하게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이 성사된다. 이번 일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진행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겪는 사람과의 갈등은 어쩔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나에 대한 뒷담화도 받아넘겨야 한다. 건너건너 들리는 이야기는 가뜩이나 유리멘탈인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아직 프로젝트는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런 말이 도니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얼마나 많은 말이 돌고 갈등이 일어날까?

  '내가 이러려고 서울에서 내려왔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데 다시 '있는듯 없는듯 조용히 지내기'모드로 돌아가야하나? 참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 의욕적으로 일하면 구설수에 오르고 경계의 대상이 되기에 인간관계와 직장일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시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하나? 아니면 나도 욕심을 가지고 살아야 하나? 제주도로 퇴근하며 한없이 편안한 생활을 해오던 내 앞에 최고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이 놓여져 있다. 한편으로는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 이번 기회가 유리멘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부터라도 사람들이 뭐라하든 내 길이 옳다고 생각하면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갖고자 한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모두가 자신을 좋아해 줄 수는 없다. 누구나 주위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고 해서 내가 꼭 잘못된 것은 아니며 애써 그 관계를 돌리려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어차피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야.'

라고 인정하면 된다. 그것이 자신이 덜 상처받고 편해지는 방법이다. 아직 나도 수양이 부족해서 40대 중반의 나이에 사람으로 인하여 마음이 복잡하고 무겁지만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고 싶다.


  나는 쉽게 깨지는 유리멘탈이 아닌,  

  쉽게 깨지지 않는 강인함과 유연함을 가지고 싶다. 

 그렇게 너그럽고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

강인한 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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