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제주도에서 잘 살고 있다.
"신선생, 내 시간 좀 빌려줄까?"
지난주 공문을 결재하시던 교감님이 말씀하셨다. 매주 강연일정으로 출장을 다니는 나를 보며 하신 말씀인데, 학교일에 외부 일정까지 잡히다보니 요즘 들어 유난히 바쁘기는 했다. 지난 7월에 출간한 <초등학교 입학준비 100일+>이라는 책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의 출간을 출판사에서 의뢰 받았을 때 에세이나 동화책을 출간하고 싶었던터라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잘 아는 분야이기는 했지만 워낙 타켓층이 분명한 실용도서이기에 쓰는 과정이 즐겁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 작업하며 의외로 출간의 과정이 흥미로웠고 순조로웠다. 그렇게 책이 출간되었다. 처음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잠잠하더니 10월부터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1쇄에 이어 2쇄까지 연이어 소진이 되더니
"선생님, 3쇄 바로 찍어야겠어요. 재고가 없어요."
라는 출판사의 말과 함께 정신없이 강연 일정이 잡히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한 주에 두 탕씩 강연을 뛰어야 하는 일도 일어났다. 우리 부부가 강연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본업과 강의 두 가지를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인생, 참... 예측이 불가한 것이 언제나 교직 탈출을 꿈꾸며 '제주살이'를 소재로 에세이도 쓰고 여행 가이드북도 썼는데 정작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내 본업인 초등교사가 쓴 교육서적이었다니. 결국 초등교사라는 직업은 내가 절대 놓을 수 없는 애증의 관계처럼 느껴진다. 학교 수업에, 업무에, 강의까지 녹초가 되어 집에 도착하면 우리 부부는 누구 할 것 없이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내의 얼굴을 보며
"여보, 이렇게 피곤한데 지금 행복해?"
라고 묻자 망설임 없이
"그럼. 행복한 바쁨이잖아."
라고 말하는 아내의 얼굴을 보며 이 길이 옳은 길임을 다시 느꼈다.
'그래 제대로 가고 있구나.'
'사람의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른다.'
라는 말이 정말로 맞는 말 같다. 서울의 바쁜 생활에 지쳐 여유를 찾아 내려온 제주도, 서울에서보다 바쁘게 살고 있는 우리 부부를 보며 피식 웃음도 났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내가 원치 않던 일을 하며 번아웃이 찾아온 것이라면 지금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바쁘게 살고 있기에 번아웃이 아닌 충만함이 느껴진다. 결국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한주 정신없이 보내고 이번 주말 그동안 모아두었던 '동화'라는 이름의 폴더를 열어보았다. 이제 또 다른 일로 행복한 바쁨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나는 지금 제주도에서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