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 난 이맘때쯤이면 습관처럼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는 한다. 매년 1월말이면 초등교사 임용고시 최종 합격자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또 얼마의 인원이 '이제 끝났다!'는 환희를 느끼며 험난한 교직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게 될까, 또 얼마의 인원이 막막한 좌절을 느끼며 눈물을 삼키게 될까? 올해 2024학년도 초등학교 임용고시 최종 합격자는 예년보다는 늦은 2월 2일에 발표된다고 하니 아마도 지금쯤 전국의 많은 고시생들이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을 것이다.
임용고시, 이 시험이 참 잔인한 것이 1년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했어도 어떤 이유로든 시험을 망치게 되면 다시 1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수는 갈 수록 줄어들고 매년 뽑는 신규교사의 수도 줄고 있으니 다시 시험을 준비한다고 해도 합격할 보장도, 자신도 없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합격하는 순간까지 불안감을 지니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이 시험이다. 합격만 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현직에 들어서면 더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으니 참! 인생사 새옹지마이다.
요즘은 공문속에 파묻혀 지낸다.
나는 임용고시를 두 번 합격했다. 20대에 한 번, 40대에 한 번! 20대 때에는 나름 머리가 팽팽 빠르게 돌던 시기여서 1차 필기 시험을 보고 시간이 한참 남아 검토하고 엎드려 자기까지 했다. 그때는 1차 시험성적이 괜찮아서 2차 영어면접, 수업실연, 면접은 별 준비하지 않고도 여유있게 합격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초등교사 되기가 힘들었던 시기도 아니었고 '이번에 떨어지면 내년에 보면 되지.'라는 생각이 수험생 사이에 모두 깔려 있어 그리 불안해 하지도 않았다. 한번의 실패도 없이 통과한 임용고시, 시간이 지나 여러 이유로 40대에 다시 임용고시를 보게 되었을 때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40대가 되어 치르게 된 임용고시는 내가 20대 때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시험은 너무도 어려웠고, 경쟁률은 높았으며, 교대생들은 지나치게 똑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나이가 들어 있었다. '뭐 임용고시쯤이야!'라고 자신감있게 시작한 내 도전은 참 무모하고 어리석었다. 1차 시험을 가까스로 합격하고 2차 시험을 준비할 때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사람처럼 끝까지 시험을 완주해야 했다. 시험을 모두 치르고 처음 든 생각은 안타깝게도 '합격하기 힘들겠구나.'였다.
하루하루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던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명상을 통한 마인드 컨트롤' 뿐이었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기에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며 좋은 기운이 내게 오도록 하는 일, '끌어당김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자세는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덜 힘들고, 덜 불안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맹목적인 믿음이나 미신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며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종의 '중요한 일의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의 자세'와 같았다. 임용고시 최종합격자 발표일이 다가와 마음이 불안해질 수록 내가 마음속으로 항상 되뇌였던 말이 있는데
나의 모든 일은 가장 완벽한 시기에 이루어지게 되어 있어!
이다. 이러한 마음을 가지게 되니 다가올 결과가 그렇게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더 완벽한 시기에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부정적인 마음을 지우니 '합격하기 힘들겠구나.'라는 처음의 마음은 '합격할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임용고시 합격자 발표날을 기다리며 가장 많이 보았던 채널 '마인드 풀'
이제는 4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임용고시 최종합격자 발표날 아침,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제주도 성산의 작은 성당을 찾았다.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고 휴대전화로 최종합격자 명단을 확인했을 때 나는 성당 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계속 이 말만을 반복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평생 감사한 마음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금도 그 마음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삼 일만 있으면 발표되는 임용고시 최종합격자 발표! 누군가는 기쁨의 눈물을, 누군가는 좌절의 눈물을 흘리게 되겠지만.... 먼저 교대를 졸업한 선배교사로서, 40대에 임용고시를 한 번 더 합격한 교사로서 하고 싶은 말은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않았으면 한다. 뜻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어차피 더 완벽한 시기에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잠시 그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지워나가면 더 좋은 결과로 일이 매듭지어질 것이다. 그것이 임용고시 두 번 합격한 선배교사의 조언이자 마음이다. 지금 이 시각 가슴 졸이고 있을 예비 초등교사 후배님들의 합격과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