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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Nov 04. 2023

학교는 변하지 않았다

서이초 교사 사건 그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고 생각했는데......

  퇴근 시간이 지난 금요일 오후 5시, 교무실로 전화가 걸려 왔다. 마침 일이 끝나지 않아 퇴근을 하지 않고 공문 처리를 하고 있었는데 전화를 받은 내게 학부모는 자녀의 학급 담임과 통화를 원한다고 했다. 나도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다보니 이제는 목소리만 들어도 다 안다. 이분이 지금 어떤 상태로 전화를 하려는 것인지. 해당학급 담임 선생님의 메신저는 꺼져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퇴근하셨다고 하자 학부모는 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벌써 퇴근해요?"

  "어머님, 선생님마다 퇴근 시간은 다르겠지만 저희 학교 정식 퇴근시간은 4시 40분입니다. 급하신 일이시면 하이톡으로 연락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휴대폰 번호 알려주세요."

  "개인 전화번호는 제가 임의로 알려드릴 수가 없어서요. 무슨 일인지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제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아니시면 월요일에 이야기를 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학부모는 내게 전화를 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수업시간에 장난 좀 쳤다고 아이들 앞에서 야단을 쳤다, 선생님이 우리 애만 차별을 한다.'가 전화를 한 이유였다. 납득이 안 되는 면도 있었지만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제게 말씀하셨으니 기분 푸시고요, 제가 선생님께 잘 전달해서 월요일에 이야기 나누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학부모도 이야기를 하고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는지 한결 편해진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혼잣말을 했다.


변한 것이 하나도 없구나!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장난을 쳐서 선생님께서 수업을 멈추고 주의를 주시거나 지적을 하시는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닌 것을 알 것이다. 학부모의 말대로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는 학생이 있을 때마다 수업을 멈추고 아이를 따로 복도로 불러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럴 때마다 기다리는 20명이 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훈육이 끝날 때까지 멍하니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교권붕괴에 관한 여러 가지 사건과 뉴스로 잠시 세상이 변하나 했는데 학교는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아직도 학부모들은 퇴근시간 이후 교사에게 민원 전화를 하고 있으며 불쑥 교실로 찾아와 상담을 요구하는 일도 빈번하다. 교사의 개인전화로는 전화를 할 수 없으며 상담은 교무실을 통해 날짜와 시간을 예약한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육부의 규정이 발표되었지만 다수의 학부모는 이 규정을 지키고 있지 않다. 또한 교사들도 이를 그대로 지킬 수만은 없다. 교사들이 실질적 대책이 없다고 매주 모여 외치는 이유이다. 이미 교사의 휴대폰 번와 하이톡, 교실 번호를 알고 있는 학부모들이 굳이 번거롭게 교무실을 거쳐 민원을 제기하겠는가? 또한 교사들은 걸려오는 학부모의 전화를 무조건 무시할 수 있을까? 전화를 받지 않으면 또 다른 민원이 되기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아직도 학교에는 부당한 민원으로 고통 받는 교사들이 많다.

  어쩌다 학교는 이토록 붕괴가 되었을까? 간혹 70~90년대에 초중고를 다녔던 사람들이 일부 교사의 자질이 없었던 과거의 교사, 툭하면 체벌을 하고 학생을 비인격적으로 대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지금의 교사들을 비난할 때가 있다. 지금까지 교사들이 그렇게 했기 때문에 학교가 이렇게 된 것이니 억울하게 생각하지 말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들이 한 가지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지금의 교사 대부분이 그들과 시대를 함께 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렇게 암흑의 시절 함께 학교를 다니고 체벌을 당했던 동료였다는 것을. 비록 학창시절 비인격적 대우와 체벌을 받았지만, 지금은 체벌이 없고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해야 하는 시대에 교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 과거의 잘못된 교사들의 행태가 지금의 교사에게 연좌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냥 그 시대의 교사를 비난하고 비판하기를 바란다.


  물론 일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의 교사들은 교육자로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어하고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고자 한다. 오히려 그것이 악용되어 학생이 교사에게 회롱을 하고 욕설과 폭행을 가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일을 당해도 교사는 그들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지난주 6학년 체육시간, 수업을 시작하려 하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아이에게

  "쉬는 시간에 가지, 왜 매번 준비운동 할 때 가니?"

라고 한 마디 했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이 잘못이에요?"

라며 눈에 불을 켜며 대드는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휴~~ 됐다. 그냥 가라."

라는 말 뿐이었다. 본인보다 덩치도 크고 운동을 하는 남자교사에 이 정도이니 본인보다 작고 젊은 여선생님에게는 어떻게 행동할 지 안 봐도 뻔한 일이다.

  서이초 사건이 일어난 지 넉 달이 되어 간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대책이랍시고 여러 규정을 쏟아낸 듯하지만 학교에서 적용되는 것은 없으며 학교 현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선생님이 운명을 달리하고 있다. 학교는 변하지 않는 것일까?


 학교는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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