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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차박하기

- 차박을 위하여 차를 두 대 바꾸다

by JJ teacher

한 달 사이에 차 두 대를 바꾸었다.

아내 차와 내 차! 돈이 많아서도, 차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도 아니다. 단순히 차박을 위해 차를 바꾸었다. 나는 올뉴카니발 9인승에서 더뉴카니발 7인승 리무진으로 바꾸었다. (올뉴나 더뉴나 똑같아 보이겠지만 엄연히 다르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2만km를 주행한 1년 밖에 되지 않은 중고차 매물이 나와 얼른 잡았다. 아내에게는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13년 된 로체를 단돈 70만원에 팔고(이제 8만km 탄 정말 멀쩡한 차인데…….) 쏘렌토 하이브리드 4륜 풀옵션 새차를 사주었다.

카니발! 카니발은 절대 내 드림카가 아니다. 사람들은 카니발을 ‘아빠차’ 또는 ‘아빠최고차’라고 부른다. 절대 드림카라 부르지 않는다. 이 차는 아빠의 욕망은 깊숙하게 묻어둔 순전히 가족들을 위한 그냥 패밀리카이다. 내게도 꿈이 있다. 드림카를 타고 달리는....

1613220982462989009_1280.jpg 곽지해수욕장 앞에서- 아내와 내 차

카니발 7인승은 시트 레일연장을 하고 2열을 앞으로 최대한 당기면 광활한 공간이 나온다. 2m어른도 거뜬히 잘 수 있고, 성인 2명은 넉넉하다. 무엇보다 좌식생활이 가능하다. (딸은 서서도 머리가 닿지 않는다.) 몇 번 아내에게 차크닉, 차박의 세계를 보여주었더니 세단만 좋아하던 아내가 RV를 사달라고 했다. 자기도 퇴근하고 혼자 차박을 하고 싶다나? 나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제주도에 내려왔으니 보상의 개념으로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드디어 차박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

20210314_114820-horz.jpg 오늘의 목적지- 조천읍 대흘리의 '귤빛캠핑장' 날씨가 너무 좋다.

날씨가 따뜻한 3~5월의 봄은 제주도의 가장 전성기이다. 정말 한없이 평화롭고 행복하다.

이번 캠핑의 컨셉은 미니멀! 새로 산 쉘터와 카니발 차박이다. 창고에는 대형 리빙쉘 텐트가 있지만 부담없이 가볍게 다녀오고 싶었다. 날씨가 정말 환상이다. 캠핑의 적인 바람도 없고, 따뜻하다 못해 여름 같다.

오늘의 목적지는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에 위치한 귤빛캠핑장! 이곳은 전기를 쓸 수 있고 온수가 펑펑 나오는 제주도의 오토캠핑장이다. 제주도에는 6개 정도의 사설 오토캠핑장이 있는데 그중 우리 가족은 귤빛캠핑장을 가장 좋아한다. 주인아저씨와는 이미 꽤 친한 지인이 되었다.

이날은 미니멀컨셉으로 온 것이어서 야영준비가 금방 끝났다. 집에 올 때부터 카니발에 토퍼를 깔고, 차박 세팅을 해왔다. 쉘터와 체어, 테이블 등 필요한 물건만 간단히 가져왔기 때문에 짐을 내리는 것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벨라쉘터는 피칭하는데 시간이 10분이면 된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미니멀하게 왔지만 취사부터 불멍까지 다 했다. 잠은 쉘터에서 자지 않고 카니발 차안에서 잤는데 과장하지 않고 집에서 자는 것보다 편안했다. 이렇게 편안한 캠핑 잠자리는 처음이다. 역시 토퍼의 힘이란~~인정!

20210313_160403-tile.jpg 카니발 차박 모습- 정말 편안하다.

다음 날 아침, 선루프 위로 비치는 햇살이 잠을 깨워주었다. 차안에서 같이 잔 딸이

"아빠, 너무 좋아. 편해."

라고 말해서 차박의 묘미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하며 해먹에 누워 맑은 하늘을 보면 왜 사람들이 캠핑에 빠질 수 밖에 없는지를 알게 해준다. 이만한 힐링이 어디 있을까?


내가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가 또 있다. 그것은 아이들 때문이다. 캠핑장에 가면 아이들이 자연에서 마음껏 놀 수 있다. 서로 처음 보는 아이들이지만 신기하게도 캠핑장에서는 친한 친구가 되어 이 텐트 저 텐트를 오가며 재미있게 논다. 스마트폰과 온라인게임에만 빠져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아이들에게는 정말 환경이 중요하다. 어른들이 조금만 신경쓰면 이처럼 아이들에게 건전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편안하고 즐거운 차박캠핑이었지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편안한 캠핑을 하다 보면 창고에 있는 대형리빙쉘텐트를 다시 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래서 사람들이 텐트에서 차박으로, 카라반으로, 캠핑카로 점점 업그레이드하나 보다. 요즘 자꾸 카라반이 보여 괴롭다. 빈티지하고 예쁜 카라반이 어찌나 많은지...

제주도에 사니 정말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산다. 집에 돌아와 캠핑장비를 정리하고 아내에게

“다음주에 또 갈까?”

했더니 아내가 무심한듯 말한다.

“그러던가.”

호텔만 좋아하던 뼛속 서울 여자가 많~이~ 변했다.

SE-819e9754-c04f-4451-a992-4463ea19affc-tile.jpg 아침에 옆텐트와 마시는 드립커피- 이 순간이 가장 좋다.

어제 뉴스를 보니 주말마다 제주도 여행객이 많아 공항이 포화상태라고 한다. 그런 뉴스를 보면 참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매일 눈을 뜨는 곳이 제주도이고, 주말마다 여행이다.

캠핑장에 누워 하늘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제주도의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이 다 내 것이다.

제주도가 내 것이다.

이것이 내가 꿈꾸었던 제주 라이프이고 제주도에 사는 이유이다.

“한 2년 있으면 다시 서울 오고 싶을걸?”

서울에서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이 서울을 떠나기 전에 내게 말했다. 제주도 이주 벌써 3년이 지나 4년차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지인들의 말이 틀렸다.

그리고, 앞으로도 틀릴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지금 제주도에서 더 행복하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16132209824618007_1280-horz.jpg 바다앞에서 차박하며 한 잔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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