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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Feb 13. 2024

제주 이주, 어떤 집을 선택해야 할까?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아파트에 모두 살아본 7년차 제주도민의 이야기

  우리 가족은 2018년 2월 27~28일(제주도는 이사가 이틀 걸려요)에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주를 했다. 도시의 갑갑함에서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우리는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풍경이 동시에 보이는 기가막힌 뷰의 성산읍 시골집을 전세 계약했다. 제주도 오름 밑에 있는 외딴집, 주변은 온통 무밭밖에 없었다. 날씨가 맑은 날은 바다 건너 우도의 집들이 모두 보일 정도였고 가끔 놀러오는 지인들은 우리집의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집은 50평, 정원은 200평이 넘었다. 하루하루가 가슴 뛰던 제주이주 1년차,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제주이주 첫해 첫째는 9살, 둘째는 7살이 되었다. 아직 어린 나이여서 소아과에 빈번하게 드나들어야 하는 시기! 소아과는 45km가 넘는 곳에 있었고 제일 가까운 병원이라고는 성산읍의 시골의원이었다. 유치원생 감기약과 성인의 감기약이 똑같이 처방되는, 소아과가 아파트 단지 안에 두 곳이나 있던 곳에 살던 우리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시골이었다.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딸아이 말에 아무리 찾아도 주변에 학원이 없어 눈물을 삼킬 수 밖에 없었고 편의점을 한 번 가려면 차를 몰고 4km를 달려야 했다. 멋스럽게 지어진 전원주택은 겉만 번드르했다. 난방은 정체불명의 기름화목 겸용 보일러로 기름은 아무리 넣어도 채 2주를 버티지 못했고, 물은 자주 끊겼다. 겨울철이면 집안이 추워 두꺼운 옷을 입고 생활해야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2년을 엄혹한 환경에서 버텨냈다. 2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사를 했다.

주변에 무밭만 있었던 첫 번째 집

  제주도에서 두 번째로 선택한 집은 연세로 계약한 애월의 타운하우스였다. 집에서 시내 중심까지 5km이내, 시골이기는 했지만 생활권은 제주도심이었고 병원, 학교, 학원, 마트 등은 충분히 운전이 감당가능한 거리에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집이었다. 깔끔하게 지어진 타운하우스는 편리함과 독립성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크지 않은 딱! 적당한 잔디마당이 있었고 아들딸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많아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오면 책가방을 벗어 던지고 마음껏 뛰어 놀았다. 타운하우스 이웃들과도 사이가 좋아 주말이면 집을 옮겨가며 바비큐 파티를 하고 친하게 지냈다. 우리 가족은 이 집을 무척 좋아해서 4년을 만족하며 살았다. 만일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더 사는 것을 고민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쉽지만 4년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세 번째 이사를 했다.

애월의 두 번째 집

  세 번째로 선택한 집은 제주도 최고 도심인 연동의 아파트다. 세 번째 집을 선택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은 중학생이 된 첫째를 위한 교육환경이었다. 배정받은 학교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여야 했고, 우리 부부가 퇴근할 때까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학원이 있어야 했다. 제주도로 이주할 때 아파트에는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까닭에 다시 아파트로 들어가는 것이 못내 아쉽기는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무리 제주도여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심은 아파트와 빌라 밖에 없어 단독주택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주말마다 집을 보러다니고 비교해 본 끝에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 15층을 연세 계약했고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이런 것을 '회복적 탄력성'이라고 해야 하나? 6년 동안 전원생활을 했던 우리 가족은 원래 아파트에 살았던 것처럼 너무도 편리하게 지내고 있다. 심지어 마당없는 아파트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던 아이들은 30발자국 이내에 두 개나 있는 편의점의 매력에 푹 빠져 편의점을 내집 드나들듯 한다. 생맥주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운전 걱정할 것 없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호프집을 탐방하듯 다니며 즐거워 한다.

호텔을 마주보고 있는 세 번째 집

  제주생활 6년 동안 우리 가족처럼 다양한 곳, 다양한 집에 살아본 가족이 또 있을까? 가장 소중한 지식은 직접 겪어본 산경험이라고 하는데 이사는 고되고 힘들지만 확실히 얻은 것이 많다. 성산, 애월, 신제주!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아파트! 제주도 동서를 오가며 다양한 집에 살아보고 쓰는 이 글이 제주이주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주 이주, 어떤 집을 선택해야 할까? 자세하게 말하자면 끝이 없는 이야기이고, 사람마다 생각과 주관이 다르겠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https://brunch.co.kr/@jjteacher/32 (자세한 이야기는 이 글에서!)

  첫째, 아이가 어리다면 도심과 먼 시골을 선택하면 안된다. 푸른 잔디가 깔린 시골학교, 멋진 바다가 보이는 전원생활에 대한 낭만도 좋지만 병원 갈 일이 많은 어린 자녀를 생각하면 지나치게 시골은 적합하지 않다. 반경 5km이내에 병원이나 학원 등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는지를 꼭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둘째, 전원생활은 자녀의 나이가 딱 초등학생 때까지이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중고등학교가 일정 도심에 몰려있어 아이가 중학교 배정을 받는 순간 대부분 이사를 한다. 만일 도심 외곽에서 전원생활을 하고자 한다면 자녀를 매일 라이딩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자녀의 나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거나 중학생 이상이라면 애초에 전원생활은 접어두는 것이 마음 편하다.

  셋째, 막연한 환상에 빠지지 말고 개인의 상황에 맞게 현실적으로 집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 가족이 처음 제주도로 이주했을 때 힘들었던 것은 제주도에 대한 환상에 빠져 현실적인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산다는 것은 꼭 제주도 시골의 전원주택이 아닌 도심 아파트에 살아도 언제든 바다와 오름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만 있다면 아파트에서도 얼마든지 제주도의 관광지와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아무리 제주도의 자연이 아름답다고 해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인프라를 무시한다면 생활이 힘들 것이고, 또 지나치게 편리함만 추구한다면 제주도에 사는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여유로움과 편리함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집을 선택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라이프 스타일을 균형있게 맞추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나는 지금 바다가 훤하게 보이는 제주도 15층 아파트에서 글을 쓰고 있다.

  아파트에 있지만 제주도를 느낀다.

  제주에서의 세 번째 집,

  이번에도 잘한 선택인 듯하다.

방에서 본 창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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