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집이 두 채가 되었다.
이사를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를 할 때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에만 살 줄 알았는데 결국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첫째가 제주시 중심 학교에 배정이 되면서 근거리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1,2층 50평이 넘는 마당있는 단독주택에서 30평대 아파트로 들어가게 될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전원생활을 하며 산 잔디깎기 기계를 비롯한 정원용품, 창고에 빼곡하게 들어가 있는 캠핑용품, 넓은 공간을 믿고 집안에 마음껏 사놓은 물건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파트에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고심끝에 이사 기간을 아주 길게 가지기로 하였다. 시골집 계약이 만기되는 날보다 두 달을 여유있게 새집을 계약하였다. 새로 들어가는 아파트에는 침구류, 몇 벌의 옷, 식기류만 가져다 놓고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지내다가 주말에는 시골집으로 와서 짐정리를 했다. 필요없는 물건은 팔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며 짐을 줄여 나갔다. 그러는 동안 다시 한 번 느꼈다.
사람이 참 필요없는 물건들을 이고지고 사는구나.
재미있는 것은 꼭 필요한 물건 몇 가지만 아파트에 가져다 놓고 살았을 뿐인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물건이 많지 않아 깔끔한 아파트는 호텔에 온 것과 같았다. 신축 아파트에 15층,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뷰도 한몫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미니멀이었다. 퇴근하면 호텔로 오는 느낌이 들어 집에 오는 것이 설렜다. 내 인생에 별장을, 그것도 제주도에 가지고 살 지 상상하지 못했는데 어쩌다 보니 잠시 제주도에 집이 두 채가 되었다. 처음에는 주말이나 시간이 될 때면 시골집에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이 새집의 컨디션이 좋다보니 시골집은 잘 가지 않았다. 시골집에 들어섰을 때 집안을 꽉 채우고 있는 짐들을 보면 한숨이 먼저 나왔다. 별장은 편하게 쉬다오는 곳이어야 하는데 그곳만 가면 짐을 정리하고 일하기에 바빴다. 오히려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는 아파트가 내게는 쉴 수 있는 힐링의 장소였다. 나와 아내는 이 기회에 쓰지 않는 물건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멀쩡하고 비싼 물건이어도 쓰지 않고,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으면 무조건 처분하였다. 그렇게 50여일 짐 정리를 한 후에야 이삿짐 센터를 불러 짐을 옮겼다.
'정말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삿짐센터가 짐을 내려놓고 돌아가자 한숨이 나왔다.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짐들을 제 자리에 정리하고 옮기는 데에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지금도 정리중이기는 하다.)
사람은 왜 그토록 많은 짐들을 이고지고 살까? 살 때는 설레고 기분 좋지만 며칠만 지나도 옷장 어딘가에 쳐박아 두는 옷들을 왜 사고 또 사는 것일까? 살 때는 꼭 필요하다고,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는데 왜 창고 어딘가에서 녹이 슬고 먼지만 쌓여가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사람은 참 외롭고 허전한 존재인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물건을 결제할 때의 떨림과 택배 상자를 받아드는 잠깐의 충만함을 위하여 지금도 소비를 하고 있으니까.
제주도에 잠시 집이 두 채이지만 사실상 내 집은 없다. 1년 단위로 연세를 내며 살고 있기에 잠시 빌려 살 뿐이다. 사람들은 매년 주거에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는 나에게
"돈이 너무 아깝다. 그냥 사지 그래?"
라고 말하지만 이사를 자주 해보니, 꼭 집을 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사게 되면 결국 이 집도 내가 이고지고 살아야 하는 짐이 되지 않을까? 내 주변을 미니멀하게 만드는 가끔의 기회도 사라지지 않을까?
나는 언제든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가벼운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