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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Mar 17. 2024

가진 것이 없으면 불안하지 않다

서울의 유명 사립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한때 서울의 유명 사립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내가 사립초 교사로 들어가던 시절에는 공립초교사와 사립초교사의 교류가 원만하던 시절이어서 나 역시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사립초등학교로 들어가게 된 케이스였다. 사립초등학교는 재단이나 학교의 재정상황에 따라 근무환경과 처우가 케바케인 경우가 많은데 내가 가게 된 학교는 다행스럽게도 공립학교에 비하여 근무환경과 처우가 월등히 좋았고 민주적이었다. 특히 공립학교에 비하여 약 천 만원 가량 높은 연봉은 30대 초반의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여서 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4~5년 근무후에 다시 공립으로 나올 계획이었는데 근무환경이 만족스럽다보니 나오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학교의 재단이 바뀌는 극심한 변화를 겪지만 않았다면 아마도 그곳에서 정년을 했을지도 모른다. 


  "나 명퇴했다."

  지난 2월, 사립초에서 근무할 때 내가 가장 존경하고 따르던 교감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에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

  "어떠세요?"

라는 나의 물음에 

  "좋아. 진작 나올걸."

이라는 선배의 말을 씁쓸하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 학교재단의 주인이 바뀌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학교를 나왔다. 종교가 나와 맞지 않았을 뿐더러 다시 국공립학교로 돌아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이런 나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디 가서 이런 월급 못 받아. 그냥 다니고 여기서 승진해. 아깝지 않아?" 

  사람들의 말에도 내가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사람에게는 타협할 것과 타협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종교는 타협점이 아니었다. 그리고 곧 있으면 학교에 닥칠 정치적인 상황에 휩싸이고 싶지 않았다. 학교를 나오고 몇 년 후 내가 좋아하던 교감 선생님이 평교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교장과 교감이 모두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비종교인 선배 교사들이 하나둘 명퇴를 한다고 했을 때도 놀라지 않은 것은 나올 때부터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옳았지."

  "요즘은 네가 가장 부럽다."

라는 말들을 한때 내가 근무했던 학교의 교직원들에게 참 많이도 들었다. 이미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나이지만 이러한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내려오며 더 이상 내려놓을 것도, 욕심도 없기에 타인에게 "부럽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람은 인생을 살며 가진 것이 많을 수록 마음이 불안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가지게 된다. 남이 나보다 앞서나갈 것 같아서, 내가 가진 것을 잃을 것만 같아서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욕심을 내려 놓으면 몸과 마음은 한없이 편안해지고 가볍다. 가진 것이 없으니 불안할 이유도 없다. 마음이 안정되면 행복은 비로서 느껴진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잠시 멈추어 쉬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선배님, 언제 제주도나 한번 오세요. 제가 가이드해드릴게요."

  나의 말에 

  "그럼. 나 너처럼 아예 제주도에 살 수도 있어. 제주도에 네가 있어 참 든든하다."

라는 선배, 선배의 목소리를 들으니 제주도 바닷가에 앉아 단둘이 소주 한잔을 기울이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학교를 나올 때 섭섭한 마음에 나를 부등켜 안고 울던 선배처럼, 나도 선배를 따듯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제주도에 봄이 찾아왔다.  제주도에 유채꽃이 한창이다. 

  선배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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