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도
내가 제주도에 내려오던 첫해인 2018년에는 제주 이주붐이 정점을 찍던 해였다. 2017년 6월에 처음 방송을 탄 '효리네 민박'이 높은 시청률을 보이더니 2018년 2월 '효리네 민박2'가 방송이 되고 '제주한달살이'가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 너도나도 제주도로 여행을 왔다. 유명 관광지, 음식점 등 어디를 가도 사람이 많았고 북적였다. 제주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서울 강북권의 아파트와 차이가 없었다. '서울 아파트를 팔면 제주도에 멋진 집을 짓고 살겠구나.'하는 생각이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나는 제주로 오자마자 느꼈다. 초등학생 수가 줄어 폐교하는 학교가 늘어났다고 하는데 제주도는 분교가 본교로 승격이 되고 시내의 큰 학교는 과밀학급이 되어 학급을 증설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지금 제주.......한산하다. 한창 휴가철인데 여행객이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나마 현재 제주도 여행객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국내 여행객이 떠난 자리를 중국인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 초등학교로 전학을 문의하는 전화는 확 줄어 들고 육지로 전학을 가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매년 증가하던 제주도의 인구수는 이제 순유입보다 순유출이 많아져 작년만해도 70만 명대이던 인구가 60만 명대로 내려 앉았다. 내가 제주 한달살이를 했던 2017년 여름에는 한달살이 집이 없어 부르는 것이 가격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 제주 한달살이 집은 남아돌고 있다. 제주에서 한달을 사느니 강원도나 경기도, 아니면 해외로 사람들은 눈을 돌리고 있다.
제주 이주붐은 정말 끝이 났나?
나는 요즘 제주도의 분위기를 보며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생각난다.
있을 때 잘하지!
2018년 제주도에 온 첫해, 제주도의 한 마을에
"시끄럽다. 그만 좀 와라!"
라는 현수막이 붙었다는 기사를 읽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제주도에 관광객이 늘면 지역경제와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텐데, 그런 배타적인 현수막을 붙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관광객이 늘어 생기는 문제가 있다면 해결책과 개선책을 찾으면 될 것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외지인을 배척한다면 그로 인한 손해는 모두 제주도민이 끌어안게 될 것이 자명한 것을 참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비계삼겹살, 지방소고기, 높은 물가와 바가지 요금!
제주에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얼마전 제주도청에서 '제주관광혁신 비상대책 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한다. 이런 것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라고 하는 것이다. 한 번 마음이 떠난 내국인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는 것일까?
나는 제주도가 좋아 서울의 집을 정리하고 온가족이 제주도로 내려왔다. 제주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와 여행가이드북인 '아이와 떠나는 제주 여행 버킷리스트'라는 책까지 펴낸 '찐제주러버'이다. 제주살이 7년차, 나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예전의 제주도가 좋다. 제주도에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내려와 새출발을 하고,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던 그때의 제주도가 좋다. 지금처럼 제주도 거리가 한산하고 문닫은 상점이 많은 외로운 제주도는 달갑지 않다.
다행히 요즘 제주도 관광업계에 각성의 분위기가 돌고 있다. 비계삼겹살 논란 이후로 음식점에서는 양과 질에 더욱 신경을 쓰고 '불친절하다. 투박하다.'이야기를 듣던 제주도의 관광 서비스도 한결 나아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변화가 널리 알려져 등을 돌린 관광객들이 다시 제주도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른들이 하는 말치고 틀린 말이 별로 없다.
어떤 일이든 있을 때 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