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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20. 2024

나는 비주류입니다

우리 그냥 삽시다. 애쓰지 맙시다!

  뭐 따지고 보면 이상할 일도 아니다. 나는 어디서든 비주류였으니까. 비주류로 살아왔는데 주류가 되고자 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지 그냥 나대로 살면 된다. 애쓸 필요 없다.


  서울의 학교에서 근무할 때 남교사 10여 명 중 나와 한 분의 선배교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서울교대 출신이었다. 평소에 나는 이것을 별로 의식하거나 신경쓰지 않았다. 그 학교는 매주 금요일 남교사끼리 직원체육을 했는데 어느날 한창 재미있게 운동을 하고 있는데 남교사들이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움직이는 모습에 타교대 선배 한 분과 나는 배드민턴채를 든 채 멍하니 서있었다.

  "어디 가세요?"

  "아, 서울교대 모임이 있어서."

  그렇게 물밀듯 체육관을 빠져나가고 체육관 뒷정리를 하고 학교를 나오는데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다. 그때 함께 터덜터덜 걷던 타교대 선배교사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시팔! 이럴 거면 왜 불렀어? 지들끼리 하지."


  참! 무슨 인생이 데자뷔야, 도돌이표야?

  학교에서 남교사회 모임을 했다. 일과 후 배드민턴을 치고 저녁회식을 하고 호프집으로 향했다. 한창 맥주 한잔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한 무리의 집단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난 직감했다. 옆 학교 회식이구나. 그들이 우리를 보는 눈빛부터가 반가움과 친숙함의 눈빛이었다. 제주도 초등교사는 98%가 제주도 출신, 제주교대 출신이기에 교사끼리 서로 다 안다. 그때부터 회식 자리는 옆 학교와 우리 학교의 화합의 장, 제주교대 동문의 자리가 되었다.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인사하고 웃고 떠들고, 참 모두가 즐거운 시간... 단 나만 빼고! 우리 자리로 온 이웃 학교 선생님들은 나를 볼 때 모두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대체 저 사람 누구지?'

  도저히 자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는 조용히 자리를 나왔다. 그리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시팔! 이럴 거면 왜 불렀어? 지들끼리 하지."


  주류로만 살아온 사람들은 비주류의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다. 응당 그들은 그렇게 살아왔기에, 이러한 삶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그냥 그렇게 지낼 뿐이다. 하지만 비주류의 사람들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 상처를 크게 받는다. 그들이 조금만 나를 배려해 조금만 짧게 인사를 나누었다면, 자리를 옮겨다니느라 나를 테이블에 혼자 두지만 않았다면 내가 상처를 받았을까?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가진 사람이 가지지 못한 사람을 배려해야지,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 사람을 배려하기 힘들다.


  육지것이 제주도에 내려와 사는 것이 때로는 얼마나 외롭고 서글픈 일인지 제주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은 제주에서 태어났고, 자라왔고 제주도에 부모님, 가족, 친구, 직장동료까지 모두 있다. 하지만 삶의 터전을 통째로 옮긴 나와 같은 사람들은 외롭고 상처 받기 쉽다. 나처럼 비주류로 사는 것에 익숙한 사람도 상처를 받으니 나보다 내성이 약한 사람들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까?  

  서울에서도 비주류, 제주에서도 비주류!

  40대 중후반의 나이가 되어 이제는 웬만한 일에 상처 받거나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할 수록 불쾌한 것을 보면 나도 아직 내면의 수양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이제껏 비주류로 살아왔는데 뭐가 아쉽다고 이리 머릿속이 복잡한지.

  그냥 나대로 살면 되지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의 많은 비주류 여러분,

  우리 그냥 삽시다. 애쓰지 맙시다!


  다음주 남교사회부터 탈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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