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키즈쿠킹 교실
제주도에 살면서 장점 중의 하나가 많은 공방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도 체험공방은 많지만 예약이 어렵고, 장소가 협소하고, 주차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그러한 것에 비하면 제주도 공방은 정말 여유있다.(그냥 건물 한 채를 공방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몇 달 전부터 우리 아이들이 쿠킹클래스에 참여하고 있다. 아내가 먼저 쿠킹클래스에서 요리를 배웠고 딸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아들까지 쿠킹클래스에 등록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 1:2 수업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데 퀄리티가 높아 만족이다. 덕분에 주말 요리교실에 다녀오면 일주일 동안은 그 음식만 먹어야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가 해주는 음식을 먹는 부모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교육의 힘을 다시 느끼고 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애월 광령리에 있는 '스물여덟, 요리하다'라는 쿠킹클래스이다. 선생님은 서울에서 셰프로 활동하시다가 제주도에서 요리공방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말씀도 나긋나긋 조용히 하시고 굉장히 꼼꼼하게 지도를 하신다. 아이들도 선생님을 매우 좋아한다. 나는 쿠킹 선생님 부부도 제주에서 winner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의 표정은 항상 밝다. 이분들이 그러하다.
아이들이 1층에서 요리수업을 할 때 부모는 2층 멋진 뷰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는데 이때만큼은 육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쿠킹클래스가 이루어지는 장소는 선생님이 실제로 거주하시는 집이다. 아기자기한 소품이 예쁘고, 공간의 구성이 선생님의 성격만큼이나 감각적이고 깔끔해서 사진을 찍으면 정말 예쁘게 나온다.
나는 여기의 수업방식이 마음에 든다. 클래스에 오면 가장 먼저 깨끗하게 손을 씻고 앞치마를 두른 후 테이블에 앉아 오늘의 레시피에 대한 이론수업을 듣는다. 요리에 관계된 재미있는 퀴즈와 함께 수업을 시작하니 아이들의 흥미가 올라간다. 칼이나 불을 쓰는 일도 1:1로 지도하니 부모로서 마음이 놓인다. 아이들뿐 아니라 아내도 이곳에서 칼 잡는 방법부터 다시 배웠다고 한다. 그 덕에 이제는 아내가 한 음식을 먹고 살 만 하다.(그전에는 먹고 살기 어려웠다. 미안~^^)
수강료가 부담이 되어 이제는 그만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는데 주말만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니 당분간은 계속 보내야할 듯하다. 하긴 아이들이 즐겁고 만족한다면 그깟 돈이 문제겠는가. 내심 이제는 어떤 음식을 배워 고사리같은 손으로 음식을 해줄지 기대가 된다.
지난 주말에는 쿠킹클래스 선생님께서 아이들 수업이 끝나신 후, 우리집에 방문을 하셔서 가족들이 깜짝 놀랐다. 똑같이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주한 사람으로서 대화를 나누고 싶으셨던 것 같다. 2시간 정도의 티타임 동안 그분의 인생관을 들을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나보다 한참 어리신 분인데 하시는 말마다 기품이 있어 놀랐다. 역시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제주도에 내려와서 온라인게임이나 케이블티비, 휴대폰과는 멀어졌지만 이렇게 건전한 취미를 찾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로서 흐뭇함을 느낀다. 아이들이 이런 일에 흥미를 느낀다면 부모로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아이들이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순수하게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 이것이 제주도에 사는 이유이다. 아이들이 해준 음식을 먹으니 제주도 사는 맛이 더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