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다른 서울과 제주도의 경조사 문화

마이웨이 제주도!

by JJ teacher

지난 토요일 결혼식에 다녀왔다.

지금 근무하는 서울 학교의 선생님이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젊은 선생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에 파견을 온 교사로 포지션이 애매하고 어색해 그림자처럼 지내고 있을 때 "선배님! 술 한잔 하시죠."라며 먼저 다가온 붙임성이 있는 교사, 학교에서도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며 나를 되돌아 보기도 했다.

'난 저 나이 때 저러지 못했는데.'

아무리 바빠도 이 결혼식만큼은 가야겠다고 다짐하며 기다렸다. 결혼식 당일, 강남 한복판까지 한 시간이 넘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먼 길을 떠났다. 강남 대치동!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드는 곳에 위치한 예식장은 내가 보았던 어느 예식장보다 고급스러웠다. 새신랑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학교 선생님들을 기다렸다. 워낙 학교에서 평판이 좋아 학교 구성원들이 다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예식장에 찾아온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예식장을 찾은 직장 동료들도 주인공에게 눈도장을 찍고 식사만 하고 뿔뿔히 흩어지는 분위기에 얼마 전까지 제주도에서 살았던 사람으로서 이러한 풍경이 너무도 생소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아, 여긴 서울이지?


KakaoTalk_20251221_232732413.jpg 너무도 예뻤던 결혼식

제주도의 경조사는 유별나기로 유명하다. 내가 제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장동료의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경조사에 자주 참석하게 되었는데, 처음 보는 광경에 참 많이도 당황했었다.

먼저 결혼식!

제주도의 결혼식은 하루종일 열린다. 육지에서는 본식이 열리고 피로연이 결혼식 앞뒤로 2~4시간 정도 배정이 되어 있어 시간표대로 돌아가는데 제주도는 그렇지 않다. 본식은 육지와 다를 바가 없지만 피로연 식사 시간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하루종일 열려있어 본식을 보지 않을 거라면 아무 때나 여유있을 때 가서 식사하고 신랑신부에게 인사를 하면 된다. 축의금도 내는 방식이 육지와 다르다. 육지 대부분의 결혼식은 축의금을 담당하는 친인척이 앉아 있는 카운터에 가서 축의금을 내면 식권을 교환해 주는데, 제주도는 신랑신부 옆에 따라다니는 검정 크로스가방을 맨 축의금 담당자에게 축의금을 내면 '농협 하나로 상품권 5천원권 또는 만원권'으로 되돌려 준다. 또 제주도는 서귀포 사람과 제주시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될 경우, 피로연이 이틀에 걸쳐 열린다. 서귀포에서 한 번, 제주시에서 한 번! 지금이야 제주도도 많이 발전해서 피로연식당에서 자리를 하지만 예전에는 마을회관(지금도 마을회관에서 하는 곳도 있다)이나 집에서 피로연이 열렸으니 집에서 돼지 잡고 음식하고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 일이었을까? 이처럼 제주도는 결혼하는 것도 육지에 비해 참 힘들다.


장례식은 또 어떠한가?

제주에 살며 나는 '일포'라는 말을 처음 알았다. '일포'는 장례기간 손님을 집중적으로 받기 시작하는 날을 말하는데 조문을 하려면 꼭 일포일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부고를 받으면 “일포가 언제야?”라고 먼저 묻고 확인한다. 보통 부고를 받고 다음날이 일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주도에서는 일포일에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적어도 2~3시간은 기본으로 앉아있고 직장동료는 음식을 나르고 조문객을 안내하는 등 한참 일을 한다. 아내와 나는 이러한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 2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일어서고는 했는데(이것도 굉장히 힘들었다.) 나중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서울 사람들이라 다르네."라는 말이었다.


내가 처음 제주도 장례식장에 갔을 때 당황했던 일은 지금도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육지에서는 장례식장에 가면 보통 고인의 영정사진에 절을 하고 상제에게 예의를 갖추는데 제주에서는 그렇지 않다. 제주에서는 고인의 영정사진이 모셔진 방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조문객 식사자리에 앉아 상제를 기다린다. 상제가 오면 고인에 대한 슬픔을 표하고 그 자리에서 직접 '부의금'을 전달한다. 나는 이게 가장 어색했는데 내가 육지에 있을 때 부의금은 항상 부의금함에 넣고 들어갔던터라 까만 크로스백을 메고 다니며 직접 부의금을 받는 상제가 그렇게 어색할 수 없었다. 어색한 것이 그뿐인가? 부의금을 전달하면 상제는 그자리에서 '농협하나로 상품권'을 바로 건네준다. 인간사, 관혼상제의 연속이라 제주에서 오래 살면 '하나로상품권'은 떨어질 날이 별로 없다.

제주도는 섬이다. 이곳에서 오래 살면 건너건너 모르고 살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주 사람들은 경조사로 참 바쁘다. 그리고 서울깍쟁이처럼 자리에 갔다가 바로 일어서지도 못한다. 직장에서 누군가 경조사가 있을 때 모른척하며 살기란 쉽지 않으니 외지인이 제주에서 살려면 이러한 것도 적응해야 한다.

만일 '나는 제주사람 아니니까.'

라며 마이웨이를 걷기로 마음먹었다면 제주에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언컨데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토요일,

내가 좋아하는 후배

나를 먼저 "선배님"이라 부르며 깍듯하게 대해주었던 고마운 동료후배교사의 결혼식을 보며

직장동료로 북적이던 제주도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 제주도의 정이 넘치는 문화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은 없지만.....

그냥 왠지 제주도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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