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교사이다
나는 교사가 싫다.
지금껏 교사로 살아온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이다. 나는 교사라는 직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 인근 학교 교무부장과 전화로 다투었다. 업무상 협조가 되지 않아 협조요청을 했는데 전화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가 났다. 공무원의 관료주의사회에 찌든 권위적인 목소리였다.
"민원응대를 이렇게 불쾌하게 하시면 안되는 것 아닌가요?"
이럴 때 보면 나도 영락없이 깐깐한 서울사람이다. 조용하게 참 잘 따진다.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생각하는데 내게 다음과 같은 말이 돌아왔다.
"당신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야? 어디서!" (어디긴~? 학교다!)
순간 귀청이 떨어진 줄 알았다.
당신... 교사인 내가 교사에게 처음 들어본 말이었다.(내 당신은 집에 있거든?) 뒤늦게 알아챘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도.
날 당신이라 칭하던 그 교무부장은 몇 년이 지나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될 것이다. 나는 공무원 사회의 이런 제도가 싫다. 교직의 승진제도는 연구학교 점수 몇 점, 벽지학교 점수 몇 점, 부장점수 몇 점, 학폭가산점 몇 점, 대학원 학위 몇 점... 이렇게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면 된다. 그 사람의 인성이 좋은지 나쁜지,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싫어하는지, 수업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점수만 잘 긁어모으면 된다. 사립학교는 모르겠지만 공립학교의 승진제도는 이렇다.
사람들은 나를 뼛속 선생이라고 불렀다.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 교사가 되었으니 교사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너진지 오래이다. 나는 교사를 싫어한다.
"형님은 업을 싫어하시는 것이 아니라, 군을 싫어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이들은 좋아하시잖아요."
내 고민을 들은 옆집 남자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랬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또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내 소원은 그냥 우리반 아이들만 열심히 잘 가르치고 싶다. 이런저런 일로 교사군의 사람들과 부딪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내 성격이 굉장히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없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학교를 벗어난 나는 이웃과 잘 어울리고, 깊게 사귀는 친구도 꽤 있다. 사람 좋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단지 나는 교사들이 싫은 것이다.
오늘 하루종일 나 자신을 반성했다. 그냥
"허~허~"
하며 넘기면 될 것을 뭘 얻겠다고 같이 말을 섞었을까?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아직도 멀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평온을 유지하는 힘을 갖는 것이 나의 바람인데 아직 더 수양하고 반성해야할 것 같다.
"여보, 우리 돈이 얼마 있으면 조기 은퇴할 수 있을까?"
오늘 처음으로 아내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정말 오늘같은 날은 평생 사진 찍고 글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왜 벌써 제주살이 싫증난거야? 제주도 교사하고 싶다고 그렇게 난리더니."
아니다. 제주살이가 싫증나긴....
제주에 살아 그나마 위로가 된다.
힘든 직장생활이지만
제주의 하늘과 바다가 있어 괜찮다.
오늘도 퇴근 후에
2층 테라스 해먹에 누워 제주 하늘을 바라본다.
제주에 살아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