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국에서 촬영을 오다
살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지난 주 인터넷 쪽지 한 통을 받았다.
"SBS 작가 안OO입니다. (중략) 꼭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방송국 섭외 쪽지였다. 브런치에 올린 글 중 '제주도에 살면 불편한 것 다섯 가지'라는 글이 올린지 며칠 안되어 조회수가 13만을 넘어 신기해하던 찰나에 방송국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https://brunch.co.kr/@5c88599d157244a/41
(문제의 글- 조회수 14만을 넘어 15만을 향해 가고 있다. )
SBS PD가 브런치를 보고 '제주살이'에 관한 내용을 취재하고 싶다고 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작가와 통화를 했다. 어떤 내용의 프로그램인지, 어떤 취지인지 궁금했다. 프로그램은 'SBS 일요특선 다큐멘터리'인데 제주도의 에너지원과 제주도 난방시스템에 관한 내용을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제주도에 살면 불편한 것 다섯 가지'라는 글에서 불편한 점으로 난방 문제를 썼는데 그 내용 때문에 취재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아내와 나는 제주도에서 조용히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절대로 전국방송에 나와
"우리 제주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라며 방방곡곡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우리가 방송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모두 아이들 때문이었다.
"나~ 텔레비전 나올래~~"
하는 아들, 딸을 매정하게 뿌리칠 수 없었고, 아이들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취재에 응하기로하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서울에서 PD 두 분이 내려오고, 촬영일마저 하루 앞당겨졌다. 우리 집의 모습이 날 것 그대로 나오고, 아이들의 모습이 꾸밈없이 카메라에 담기는 것을 보며 우리의 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같아 걱정도 되었다.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된 촬영은 밤 11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별 것 아닐 것이라고 믿었는데 촬영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과 수시로 변하는 촬영환경 때문에 진땀을 빼야했다. 촬영이 끝나자 우리 가족은 모두 녹초가 되었다. 정말 힘들었다!!
방송을 하며 알게된 것은 방송 PD라는 직업도 극한 직업이라는 것이었다. 역시 PD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베테랑 PD 두 분(정말 유명하신 분들이다. '세계테마기행'과 '건축탐구 집'을 연출하신...)은 역시 프로였다. 상황에 맞게 촬영컨셉을 바꾸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는 PD분들 덕분에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어떻게 편집이 되고 방송으로 꾸며질지 모르지만 우리 가족의 역할은 끝이 났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믿는다.
제주살이가 행복하다고 믿고 우리의 선택이 옳다고 믿으니 별 일이 다 생긴다.
"역시 우리 가족 최고야!"
방송국 카메라를 처음 본 딸이 신기해하며 외쳤다.
행복은 행복을 끌어당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제주살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선택을 남이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제주도에서 우리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쩌다보니 우리의 제주살이를 전국에 홍보하게 되었다.
아무렴 어떤가?
우리 가족의 제주살이를 보고
누군가 웃음짓고 도움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우리 가족이 제주도에서 행복하듯이
제주이주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서 행복하기를 바란다.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방송출연이라는 신기한 일이
제주이주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제주도민이든
제주도에 잠시 머무는 관광객이든
제주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가 제주도를 사랑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