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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n 07. 2021

제주도의 날씨

바람, 습도, 비.... 그리고 장마

  지난 주말 캠핑장에서 타프와 씨름을 하고 있을 때 카톡이 울렸다. 야영준비를 마치고서야 휴대폰을 확인했는데 작년에 함께 근무하며 친하게 지내던 동료 교사였다. 워낙 성격이 밝고 재미있어서 모두가 좋아하는 선생님인데 고맙게도 내 브런치 글을 열심히 읽어주는 독자이기도 하다. 카톡을 읽으며 한참을 웃었다. 명랑하고 쾌활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제주토박이 동료교사가 보내준 카톡

  제주도의 날씨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거친 바람,

  상상초월 습도,

  수시로 내리는 비!

  

  제주는 바람의 섬이다.

  제주도에서는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 드물다. 바람이 약한가, 강한가의 차이일 뿐이지 바람은 항상 분다. 여름철이면 따가운 햇빛 때문에 마당에 타프를 쳐놓는데 바람 때문에 일 주일에 몇 번을 걷었다 쳤다를 반복하는지 모른다. 휴대폰에 날씨 어플을 깔아놓고 수시로 바람을 체크한다.

내가 애용하는 '윈디'- 제주도에 살면 바람에 민감해야 한다.

제주는 바람도 화끈하다. 바람의 끝판왕인 태풍은 언제나 제주도에서 가장 세다. 제주도를 세게 때려놓고 힘이 빠져서 육지로 올라간다. 제주도에 살면 아침에 출근을 할 때 드라이를 하고 헤어왁스로 머리를 세팅할 필요가 없다. 한 시간도 안되어 바람에 엉망이 된다. 습도까지 높아 왁스를 바른 머리는 분명 떡이 진다. 나도 이제는 머리 스타일링은 포기했다.

제주도에 살면 모두가 공감하는 일상

  제주의 날씨 중 가장 힘든 것이 습도이다. 특히 장마철인 6~7월에 습도가 절정을 이루는데 처음 제습기를 샀을 때, 현재 습도를 나타낸 숫자를 보고 제습기가 고장난 줄 알았다. 습도 87%~91%를 찍는 날은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장마철에 제습기를 틀어놓으면 반나절도 안되어 물통을 버려야 한다. 제습기를 돌리지 않으면 십중팔구 옷에 곰팡이가 핀다. 평생을 제주도에 사시는 토박이분들도 습도를 가장 힘들어 한다.


  그리고 비...

  제주도에서 비는 옆으로 내린다. 선생님의 카톡처럼 우산을 써도 소용이 없다. 바람과 함께 비가 가로로 내려 얼굴과 옷이 젖기 일쑤이다. 비가 오는 아침 출근해서 차를 주차하고 우산을 펼치며 내릴 때 우산이 뒤집어져 낭패를 본 경험은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흔한 일이다.(지난 주에도 겪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 비바람이 센 바닷가에 가본 사람은 보았을 것이다. 바람이 빗물을 빗질하듯 옆으로 쓸어버리는 광경을...

토박이가 알려주는 제주 날씨

  제주도도 도심은 배수가 잘되지 않는다. 그나마 농사를 짓는 시골이 도시에 비해 자연배수가 잘되는데, 시골에 가면 트럭이나 농기계가 다니는 농로에 배수시설 공사를 하는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제주도가 워낙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기에 아스팔트나 콘크리트길을 낸 곳에 배수구를 설치하지 않으면 바퀴까지 비에 잠기는 경우가 많다. 장마철에는 비가 워낙 많이 와서 물길을 헤치며 출근을 하는 일도 있다.


  날씨 탓일까? 내가 본 제주분들은 강인하다. 험한 바다와 날씨에 맞서야 하고, 물질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불친절해 보이지만 막상 만나서 이야기하고 친해지면 또 그렇게 따뜻하고 정많은 사람들이 제주도 사람이다.

  내가 제주도 토박이 분들을 만나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제주도 사랑하시지요? 그런데요, 아마 제주도가 고향이신 분들보다 제가 더 제주도를 사랑할 걸요? 서울에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이렇게 내려왔잖아요."

 

  난 아직 내가 더 제주도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툭하면 우산을 망가뜨리는 바람이 재미있다.

  장마철이면 사우나같은 습도가 신기하다.

  세차게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가 시원하기만 하다.

  

  연인도 오래 함께 하면 콩깍지가 벗겨진다고 하던데 

  큰일이다.

  

  이제 곧 장마이다.

그냥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 날씨가 험해도 제주도 바다와 하늘을 보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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