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 teacher Jun 18. 2021

제주도에서 만난 인연

제수씨와 처제

  직장에서도 선생, 회식도 선생, 술 마셔도 선생, 놀러가도 선생, 주중에도 선생, 주말에도 선생...


  서울에서 내가 만난 사람의 대부분은 교사였다. 직장에서 동료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같은 직종의 사람을 매일 만나니 재미가 없었다. 서울에서는 학교 회식에 많이도 끌려다녔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아무런 영혼없이 술을 마시고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나를 발견했다. 허무함을 느낀 후로는 되도록 학교와 관계된 모임을 피했고, 가서도 말 한 마디 안하고 자리만 지키다가 집에 왔다.

  직장에서 만난 인간관계의 특징이 무엇인지 혹시 알고 있는가? 직장을 옮기거나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면 금세 끊어진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맺어진 인간관계만큼 얇고 흐물흐물한 것이 없다. 교사는 더 그렇다. 교사는 3년~5년에 한 번 학교를 옮기는데 함께 근무할 때는 떨어지면 죽고 못 살 것 같다가도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나면 금방 잊어 버린다. 교직생활을 20대부터 지금까지 하다보니 이제 안다. 직장동료는 5년이 유통기한이라는 것을. 그래서 요즘은 학교에서 별로 인간관계를 맺고 지내지 않는다.

직장동료, 아~~ 불편해~~!!

  제주도는 참 재미있는 곳이다. 나와 아내는 이제 학교를 벗어나서 교사를 절대 만나지 않는다. 제주도가 가진 환경적인 요인도 있다. 제주도 선생님들은 모두 차를 몰고 다닌다. 서귀포, 애월, 조천, 한림, 중문, 노형, 외도, 이도, 해안동... 나열하기도 힘든 다양한 곳에서 출퇴근을 하다보니 일단 회식 자체를 하기가 힘들다. 회식 자리라면 맥주라도 한 잔 해야하는데 차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이 부담이다. 차를 놓고 가자니 내일 출근이 걱정이고, 대리를 부르자니 제주시내권을 제외하고는 대리기사들이 가려하지 않는다. 회식을 하더라도 저녁만 먹고 집에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주도 선생님들은 퇴근하면 집에 가기 바쁘다. 

제주도가 섬이긴 하지만 의외로 크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술은 한 잔 하고 싶고, 집에는 일찍 가야하고...  결국 집에서 한 잔 할 수 밖에... 매번 가족과 술을 마시는 것이 지겨우면 이웃을 만난다. 이웃도 사정이 같다보니 한 잔 하자고 하면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제주도는 육지에서 손님들이 자주 내려온다. 이웃과 친하게 지내면 이웃 손님과도 저녁을 함께 먹고 술 한 잔을 한다. 내 손님이 이웃 지인이 되고, 이웃 손님이 내 지인이 되어 돌아간다. 제주도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주말에 누구 집에 손님이 오는지, 어떤 손님인지 다 안다.


  오늘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펜션으로 여행을 갔다. 지난주에 아내 생일이어서 생일파티를 분명히 거하게 했는데 생일기념으로 여행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물론 나도 나쁘지는 않다. 모처럼 아무도 없는 집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런데 여행을 함께 간 상대가 재미있다. 내가 제수씨라 부르는 옆집 강남여자분과 그 분의 친구 영희씨와 함께 여행을 갔다. 아이들까지 다 데리고 가주어서 고맙기는한데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온다. 애월에 이사와서 나는 제수씨도 생기고 처제도 생겼다. 2주에 한 번 제주도에 오는 영희씨는 날 만날 때마다

  "형부, 저 왔어요~~"

하며 밝게 인사한다. 어찌나 성격이 싹싹하고 애교가 있는지 정말 처제가 생긴 것만 같아 영희씨를 볼 때마다 뭐든 해주고 싶다. 처제가 없어서 항상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원을 풀다니..... 다행이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 참 다양하지 않아요? 이웃들도 평범하지는 않은 것 같아."

  지난주에 강남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다가 내가 이렇게 말하자, 제수씨라 부르는 강남여자분이 말했다.

  "형부, 그런 사람들만 내려와서 그래요. 언니랑 형부도 평범하지 않아요. 제일 특이해요."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맞다! 평범하지 않으니까 제주도에 산다. 제주도에 사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좋다. 없던 제수씨도 생기고, 처제도 생기고.... 사람 만나는 것이 즐겁다. 이제야 사람 사는 것 같다.

아내가 보내준 사진... 독채펜션에 온수풀이라니...


  인생살이...

  평범하면 지루하다.

  특이하기에 재미가 있다.

  특이하기에 특별하다.


  우리의 제주살이 참~~! 특별하다.  

대체 생일파티를 언제까지 할 것인지... 6월 내내 피어나니? 아직도 아내는 생일중이다. 참고로 아내 생일은 6월 12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도의 날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