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퇴근후에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Charlie Chaplin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지난 주말 서울에서 친한 형 두 명이 제주도에 내려왔다. 서울에 있을 때 친형제보다 친하게 지냈던 형들이었는데 제주도에 내려오고 2년 정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브런치 글에도 쓴 적이 있지만 처음 제주도에 내려왔을 때 우리 가족은 많이 힘들었다.
'태어나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모든 상황이 좋지 않았다. 나 하나, 우리 가족 건사하기도 힘들었다. 자연히 멀어졌고, 연락이 끊어졌다. 모두 나 때문이다. 다시 연락이 되어 형들을 만났을 때, 언제 그랬냐는듯이 즐거웠고 행복했다.
'걱정했는데 잘 살고 있네? 부럽다. 행복해 보인다."
지극히 서울지향적인 형들은 우리 가족의 모습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형들이 방문한 2박 3일 동안 나와 아내는 최대한 행복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내가 2년 동안 형들에게 연락을 하지 못한 것은 내 자신에게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봐, 역시 서울이 좋지?"
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고, 내 선택에 대하여 자신이 없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서울로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나의 선택을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장은 힘들어도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킬 것이라는 의지가 강했다.
지금 우리 가족은 행복하다.
내 의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은 분명히 반전되었다.
'내가 떳떳하지 못했다면 과연 좋아하는 형들을 집에 초대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 나 자신이 죽을 것 같이 힘든데 어느 누가 주위 사람을 돌볼 수 있을까?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아무리 성공해 보이는 인생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역경이 있었을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우리가 남의 인생을 쉽게 평가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오늘 금요일 퇴근 후 바라본 하늘의 노을이 숨이 막히게 예뻤다. 주말에, 날씨까지 예술이면 가슴이 뛴다.
"테라스에서 한 잔 할까?"
아내에게 한 마디하고는 2층 테라스에 삼각 썬쉐이드를 쳤다. 마당에 있는 탁자를 테라스로 낑낑대며 옮겼다. 분위기를 내려고 가스렌턴에 불을 켰다. 쟁반에 맥주와 안주를 받쳐들고 와서 세팅을 완료했다. 이제야 멋진 제주 풍경을 보며 한 잔 할 준비가 되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와~ 멋진걸? 술맛난다."
무뚝뚝한 아내마저 한 마디 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테라스에서 잔에 담긴 제주 노을을 마신다.
잠시 힘들어도 괜찮다.
벅찬 감정을 오래 즐기면 된다.
지금 나의 제주라이프는
분명 희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