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네 이름~월요병!

용담해안로 놀이터에 다녀오다

by JJ teacher

"오늘은 나도 못 참아. 무조건 나가!"

일요일 오후가 되자 가족 모두에게 선전포고하듯이 외쳤다. 월요일이 다가오고 있다.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슬픈 일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특별함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더 이상 설레지 않음을 말한다. 몇 시간만 떨어져도 미칠듯 보고 싶은 사랑하는 연인도 시간이 지나면 그 감정이 무뎌진다. 서글픈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 것을.




요즘 우리 가족의 제주살이를 보면 익숙해진 연인이 떠오른다. 주말에도 집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제주에 처음 내려왔을 때는 휴일에 집에 있으면 큰 손해를 보는 것처럼 제주도 여기저기를 훑고 다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주말이면 아이들부터 아내까지 집에만 있으려 한다. 집이 편하면 이것이 문제이다.

"뭐하러 캠핑을 가. 마당에 텐트치면 되잖아. 난 집에만 있어도 좋더라. 얼마나 평화로워!"

아내는 주말에 나가자고하면 이렇게 말한다.

"아빠는 맨날 바다만 가자고 하고. 오름은 힘들단 말이야. 타운하우스 애들이랑 노는 것이 더 좋아."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가려고 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어떻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적어도 나에게 제주도에 대한 마음만큼은 그대로이다.


가족들을 납치하듯 차에 태우고 간 곳은 용담해안도로에 있는 놀이터였다. 내가 이곳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고 어른들도 여유롭게 제주도 풍경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뷰를 볼 수 있는 놀이터는 어느 곳에도 없다. 이곳에서는 제주도의 바다와 들판, 하늘이 모두 아이들 것이다. 비싼 돈 주고 박물관이나 관광지를 갈 필요가 없다. 4년차 제주도민의 팁이다.

1622380663510398005_1280.jpg 제주도 놀이터 클라쓰~~ 이 정도 뷰는 되어야 제주도 놀이터이지~~

아이들을 놀이터에 풀어놓고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을 들이켰다. 주말이 지나가는 아쉬움과 월요일이 오는 부담감이 씻겨 내려가는 것만 같다. 멍하니 벤치에 앉아 용담바다를 바라본다. 내가 제주도에 사는 이유? 이럴려고 사는 거다!

1622380663509813002_1280.jpg 바다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캔, 그 맛은? 상상에 맡긴다.

한참을 놀던 아이들 입에서

"제발 좀 집에 가자."

라는 말이 나올 때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맥주 한 잔을 했다는 핑계로 아내에게 운전을 맡기고 집에 오는 내내 용담이호해안도로의 풍경을 차창밖으로 감상한다. 주말이 지나가고 있다.


서울에서도 월요병이 있었지만 제주도에 오니 월요병 증세가 심해졌다. 호캉스를 가고, 캠핑을 가고, 바다를 가고, 맛집을 가도 고쳐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제주도 때문이다.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주말 여가의 퀄리티가 월요병을 악화시켰다.

집에 돌아와 마당에 쉘터를 쳤다.

"내일 월요일이야. 출근 안해? 잘 것도 아니면서 그걸 왜 쳐?"

어이없어 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어쩔 수 없다. 제주도에 살면 이 병은 낫기 힘들 것이다. 최대한 주말을 즐기는 것이 증세 악화를 지연시키는 길이다.


지금도 쉘터 안에 렌턴을 켜고 혼자 만족하며 미소짓고 있다.

큰일이다.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

지독한 네 이름~ 월요병!

1622383134967696001_1280.jpg 이 밤에 이 모습을 지켜보며 행복해하는 나도...참....못말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인생을 바꾼 두 번의 제주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