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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n 13. 2021

제주도의 여름

수영장을 설치하다

  누가 뭐라해도 1년 중 제주도 최고의 시기는 여름이다. 제주도 여름이 아무리 덥고 습해도 여름이면 놀 것이 많고, 먹을 것이 많고 즐겁다. 어디를 가도 북적대는 관광객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관광객이 된 것 같이 설렌다. 드디어 제주도에 여름이 찾아왔다.


  주말에 수영장을 설치했다. 진작에 도착한 수영장 택배를 보며

지난 목요일에 도착한 택배

  '이걸 또 언제 설치하나~?'

하며 애써 외면하다가 한여름같은 땡볕의 날씨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아빠, 수영장 설치해 줘~~"

라며 순수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딸아이를 못 본 척 할 수 없었다.  

아빠~~ 수영장~~

  수영장을 설치하려니 너무 더웠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다. 영어로만 쓰여진 설명서와 씨름한 후에 30분에 걸쳐 수영장을 설치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이걸 언제 하나? 괜히 샀어.'

라고 생각했는데 마당에 설치된 수영장을 보니 여름휴가 분위기가 물씬 났다. 마치 펜션에 놀러온 기분이 들었다.

완성된 우리집 전용 수영장

  '이럴려고 전원생활하는 거지. 해볼 것 다 해봐야지.'

라는 생각에 힘을 내서 수영장 위에 타프를 치고 물을 받기 시작했다. 딸은 벌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오매불망 물이 채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약 2시간 정도 물을 받으니 어느 정도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와~~!! 아빠 최고!"

  이 한 마디 들으려고 뙤약볕에 땀 흘리고 고생하는 것이다. 유난히 물놀이를 좋아하는 딸은 저녁까지 수영장에서 나올 생각을 안했다. 추우면 밖에 앉아 있다가 들어가고 다시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그런 딸을 보니 수영장에 들인 돈도, 시간도 아깝지가 않다.

부모 참~! 잘 만났다... 개인 풀장이라니~~

  전원생활을 하다보니 짐이 너무 많아졌다.

  "우리 이러다가 이사가면 어쩌려고 그러냐~~ 이놈의 맥시멈라이프~~"

  집 구석구석 쌓인 짐과 창고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쪽에서

  '이러려고 내려왔잖아? 서울 아파트에서는 하고 싶어도 못해!'

라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짐은 점점 늘고, 쿠팡아저씨가 거의 매일 집에 찾아오시는 등 지출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함께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옆집에서 놀러온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제주도에 언제까지 살지 모르겠다.

  나의 미래가, 우리 가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제주도에 사는 동안

  그래,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


  이러려고 제주도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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