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참 이게 뭐라고...너 대체 누구니?
나는 공무원이다. 그것도 국가공무원, 즉 교육공무원이다. 사람들은 철밥통이니, 안정적이니 하면서 부럽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호시탐탐 그만 둘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제주도에서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다른 직업을 가져볼까 알아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결국 이 직업을 포기하지 못한 것은 연봉 때문이었다. 40대의 나에게 이 정도 연봉을 줄 수 있는 직업은 어느 곳도 없다. 꼭 이렇게 말하면 교사 월급이 많은 것 같지만 알다시피 공무원 월급은 많지 않다. 단지 다른 직업을 선택했을 때, 신규가 되었을 때와 비교해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한때 나이 40에 은퇴하는 파이어족을 꿈꾼 적이 있다. 40에 은퇴하는 것이 자식 두 명을 기르는 가장으로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이제는 50에 은퇴하는 파이어족을 꿈꾸고 있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좋아하지만 교사는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에 출근하면 갑갑한 교직문화에 숨이 막힐 것만 같다. 불나방처럼 교감, 교장이 될 날만을 기다리는 그 교직사회의 분위기가 싫다. 물론 아이들만 바라보며 교육에 전념하시는 훌륭한 선생님들도 계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원로교사들이 그리 대우받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8년 전, 서울에서 근무할 때 기회가 되어 캐나다로 17일 동안 교육기행을 간 적이 있다. 여러 캐나다 학교들을 방문했는데 내가 놀란 것은 교장의 연령대였다. 대부분 30~40대 초반의 젊은 분들이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본 캐나다는 교육행정과 교육이 분명하게 분리되어 있다. 학교 경영에 관심있는 교사는 교육행정의 길로 가고, 아이들 교육에 관심있는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전문성을 쌓고 있었다. 교장과 교사는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협업하고 존중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10년도 더 된 이야기이지만 1정교사 연수를 받던 때가 기억이 난다. 지금은 제도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때만 해도 1정교사 연수 점수는 승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침에 차가 막혀 5분 늦었다고 -1점,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오면 -0.5점, 조장은 +0.5점, 반장을 하면 +3점... 총점 100점 만점에 1정 점수 80점대면 승진을 포기해야 한다고 선배들이 줄곧 말했다. 물론 나는 80점대였다. '1정교사 자격연수' 시험날이 다가오면 모두들 독서실에 들어가서 밤을 새워 공부했다. 연수 한 달은 대한민국의 젊은 교사들을 고3학생으로 돌려놓았다.
학교에서 부장교사를 몇 년씩 하며 스카우트 총대장에, 대학원에, 연구점수를 쌓으며 한때 나도 승진의 길에 들어섰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경쟁하고 싶지가 않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글쓰고 여행 다니며 살고 싶다.
"와~~! 제주도 좋다. 부러워요. 저도 내려와서 살까요?"
서울에서 같이 근무한 후배교사가 제주도에서 나를 만날 때 하는 말이다.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냉정하게 말한다.
"넌 못 내려와. 그럴 생각도 없잖아. 지금까지 네가 쌓은 것 버릴 수 있어?"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무안할 수 있지만 솔직히 나도 마냥
'한 번 살아볼까?'
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제주도에 내려오기까지 밤잠 이루지 못했던 고민과 갈등이 쉽게 치부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버리고 내려왔다. 아니, 다 버리고 내려왔다.
나는 아이들과 있는 것이 좋다. 수업시간만큼은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아 좋다. 내가 준비한 수업을 즐거워하고 선생님이 좋다고 말해주면 참 행복하다. 마냥 아이들과 지내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이 돌아간 뒤 미루어둔 공문을 처리하며 교사들이 하는 승진 가산점 이야기, 연구점수 이야기를 들으면 얼른 학교를 벗어나고 싶다. 마음 속으로는 수십 번도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연봉, 참 이게 뭐라고... 너 대체 누구니?
나는 정말 책을 읽고 글만 쓰며 살 수 있을까?
아직은 먼 이야기같고, 자신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꿈꾸는 것은 자유니까, 상상은 자유니까.
나는 오늘도 파이어족을 꿈꾼다.
자유롭게 날아오를 날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