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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Aug 07. 2021

버리며 산다는것

마음을 얻는다는 것

  20대 초반 연애에 서툴던 시절,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나는 상대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주는데 자꾸만 사이가 멀어진다는 것이었다. 하루 24시간을 그 사람만 생각하고, 연락하고, 무엇을 해줄까 고민한 끝에 내가 마지막에 꼭 듣는 말은

  "우리 조금만 시간을 갖자."

였다. 그때는 이 생각밖에 없었다.

  '그놈의 시간은~~! 젠장,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렇게 여러 번의 이별통보를 받은 후, 이성에 관하여 노련해진 20대 후반부터는 이별통보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부담스럽다며 헤어지자고 한 적이 더 많았다. 20대 초반의 나와 후반의 나는 어떤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상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똑같구나. 붙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도망가는 것이구나!'

어떻게 사랑이 변하긴.... 사랑은 원래 변하는 거야... 이것도 욕심이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욕심을 부리거나 가지려고 할 수록 나를 힘들게 하는 일과 사람들이 늘어난다. 나는 서울에서 근무할 때 교사로서 욕심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무엇이든 우리 반이 최고여야했고, 나는 일 잘하는 유능한 사람이어야 했고 다른 교사가 나보다 인정받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칠수록 학급운영이 힘들었고, 학부모 민원이 많았다. 동료교사와도 미묘한 긴장감과 마찰이 있었다. 일도 사람도 욕심을 부리면 멀어지는 것이다.


  제주도에 내려와 사는 요즘, 내 주변에는 적이 없다. 제주도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지 2년차, 지금껏 학부모 민원을 단 한 건도 받아보지 않았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더할 나위없이 좋고, 동료교사와의 관계도 전혀 문제가 없다. 태어나 가정이나 직장에서 이토록 평화롭게 살아본 적이 없다. 인간관계가 좋다보니 스트레스가 제로에 가깝다. 우리는 알고 있다. 직장은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힘든 것임을....

  "선생님처럼 항상 웃고 다녀야 하는데.... 제주도가 아직도 그렇게 좋으세요?"
  나와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모두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표정이 밝아진 것은 제주도가 좋은 것도 있지만, 욕심을 내지 않는 이유가 크다. 나는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이 말을 하면 어떤 사람은 성실하지 않은 교사로 생각할 수 있지만,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특별히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교사보다 특별하고, 유능하게 보이려 하지 않는다. 그냥 할 일만 묵묵히 할 뿐이다. 직장 동료와 특별히 잘 지내려하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직장동료와의 관계에도 욕심이 많아 거의 매일 함께 운동하고, 술을 마셨다. 지금은 학교에서는 인사 잘 하고 예의있게 처신하지만, 퇴근 후에 절대 개인적인 만남을 하거나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데 아이들과는 더 잘 지내고, 동료교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한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이 말은 적당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나타내는 말이다.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아이들중 간혹 유별나게 과한 표현을 하거나, 호들갑스럽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이 '과유불급'을 이야기한다. 초등학생 수준으로 눈높이를 낮추어 말한다.

  "얘들아, 뭐 금지? 오버금지!!"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도 다 알아 듣는다. 요즘은 과하게 행동하는 친구들을 보면 자기들끼리 주의를 준다.

  "야, 그거 오버야~~ 오버금지!"

  

  제주도에 살며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버리며 산다는 것이 정말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욕심을 버릴 수록 오히려 많은 것을 얻는다.

  사람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사람이 오히려 다가온다.

  

  버리며 산다는 것,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다.

  나는 요즘 주위의 사람들로 인해 행복하다.


  제주도는 지금도 내게

  내려놓고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지금도 버리기, 내려놓기 연습중이다.

 

제주 하늘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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