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를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되었다. 처음에는 일기쓰듯이 내 이야기를 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제주살이'를 꿈꾸는 사람들의 멘토가 되어 버렸다. 특히 쪽지가 많이 오는데 대부분 제주이주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묻는 내용이다. 그 중 교사분들이 많이 쪽지를 주신다.
[저도 육아휴직을 하고 제주도에서 1년 살기를 할 예정인데요, 제주도에 사는 것이 어떠신가요?
제주도 파견교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교직문화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제주도에 이주할 계획인데 집은 어느 쪽에 잡는 것이 좋을까요? 제주도 임용고시를 볼 계획인데 공부는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부분이 이러한 질문들이다. 이러한 쪽지가 오면 나는 되도록 길~게 답장을 보내준다. 최대한 자세하게 질문에 대한 정보를 주려고 한다.
제주도에서 초등교사로 산다는 것,
일단 전제로 해야할 것이 제주도는 98%이상이 제주도, 제주교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2%정도 제주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나와 같은 교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초등학교 아니면 중학교, 중학교 아니면 고등학교 동창이다. 심지어 대학교는 모두 동창이다. 또한 같은 종씨이거나 같은 지역(성산 어디, 화북 어디, 대정 어디, 남원 어디, 조천 어디 등등)출신이다. 바로 알지 못해도 한 다리만 건너면 100% 서로 안다.(이건 정말이다. 신기할 정도로!)
제주도는 진짜 좁다.
이런 면에서 고향도, 학교도 제주도가 아니고, 친척 한 명 없는 나와 같은 사람이 제주도 초등교사로 근무하는 것은 나에게도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참 불편한 일이다.
작년에 교무실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교무실에 일이 있어 잠시 내려갔었는데, 교장 선생님이 교사들과 이야기 중이셨다. 6명 정도의 교사가 있었는데 교장선생님은
"야, 너~ 그러면 안 되멘~, 갸는 왜 그랜? 내가 어제 뭐해 마씸~"
등 제주어를 쓰며 이야기 중이셨다. 모두가 제주도 출신, 제주교대 출신이니 반말이 더 자연스럽기는 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교무실에 내가 들어서자 한 순간 대화가 끊겼고, 교장선생님은 내게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시고는 말씀하셨다.
"오셨어요? 선생님." 제주 사람들은 이중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표준어와 제주어! 참 부러운 일이다. 그날 교무실의 분위기를 보며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불편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교장조차 표준어로 인사를 해야하는 평교사. 이러한 일들은 종종 일어난다. 학년회의를 할 때도 그들끼리는 제주어를 쓰지만 나에게는 표준어를 쓴다. 나만 모르는 주제로 대화를 할 때도 있다.
처음에는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한다. 나는 결국 그들과 같아질 수 없다.
또한 나도 그 불편함을 즐기기로 했다. 나를 불편해 한다는 것은 내가 조심스럽다는 것이고, 날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들을 예의있게 대하면 되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직장에서 사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일이 사라졌다.
직장에서 서로 조심하고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나는 이 컨셉으로 직장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적인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고, 공적인 이야기만 하며 지나치게 친하게 지내지 않기! 깔끔한 매너를 가진 직장동료로 기억되기!
박경철의 '자기혁명' 중에서...
김신영의 노래 '주라주라'에 보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회사의 대표나 학교의 장이 직장을 집처럼 생각하라고 하면 구성원들은 참 피곤해진다.
그냥 직장은 직장, 학교는 학교, 동료는 동료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서울에서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주말에도, 주중에도 매일 밤 9시까지 퇴근하지 않고 내 육신을 학교에 갈아넣었던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