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여행을 와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을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흑돼지나 생선회일 것이다. 이곳에 살아보니 제주도에는 맛있는 음식이 참 많다. 고기, 회도 좋지만 제주도에는 현지인도 좋아하는 진짜 음식이 따로 있다. 특히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제주도민이 즐겨찾는 제주 토속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생님, 제주도 음식 중에 뭐 좋아하세요?"
학교에서 급식시간에 나이가 지긋하신 제주토박이 선생님께서 물어보셨다.
"저요? 제주음식 다 맛있던데... 전 몸국이랑 고사리 육개장이 맛있더라구요."
"몸국이요? 선생님, 제주사람 다 되었네." 선생님께서는 놀랍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몸국은 제주도 전통음식으로 모자반국을 말한다. 모자반은 제주도 바다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해조류다. 이 모자반을 돼지고기, 내장과 함께 넣고 끌여 신김치, 시래기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국물이 진하고 걸죽하며 구수한 맛이 난다. 내 입에는 맞는데 이 음식은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작년에 제주도에 놀러오신 어머니를 모시고 몸국을 대접해드린 일이 있는데 어머니는 한 번 맛을 보시더니 바로 숟가락을 내려 놓으셨다.
"비리고 맛없어."
어머니는 딱 이 한마디만 하시고는 몸국을 거들떠도 보지 않으셨다. 몸국은 술국으로 따로 나오기도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술안주로도 많이 먹는다. 몸국이 부담된다면 고사리 육개장도 좋은 선택이다. 고사리 육개장은 몸국에 비하여 무난한 맛이다. 나도 제주도에 와서 고사리 육개장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그맛이 일품이었다. 국물이 진하고 담백하며 속이 편안하고 든든하다. 나는 고사리 육개장을 맛보고 확신했다.
'이런 맛이라면 모든 사람이 좋아할만한걸!'
하지만 신기하게도 유명한 고사리 육개장집은 모두 제주도에 있었다. 우리 가족들 모두 몸국과 고사리 육개장을 좋아해 종종 유명한 해장국집에 방문하고는 했다.
우리 가족이 자주 방문하는 '임순이네' 해장국집
몸국과 고사리 육개장
보말죽과 전복죽, 성게미역국, 고기국수, 갈치국, 전복뚝배기, 성게국수도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뜨끈한 음식이다. 나는 그중 성게국수를 가장 좋아한다. 제주도로 처음 이주해 성산에 살 때 우리 가족은 '평대성게국수'에 자주 갔다. 이곳은 평대바다 앞에 위치한 작은 음식점인데 워낙 유명해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여러 번 소개되고는 했다. 우리도 서울에 살 때 TV를 통해 이 음식점을 보고는 제주도 여행을 와서 가보았다. 처음 성게국수를 맛보았을 때 느낀 충격이 생생하다.
"어떻게 이런 국물맛이 나지?"
마치 바다를 그대로 담은 듯한 그 시원한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성게국수집에 얽힌 일화가 하나 있다. 서울에서 처남이 제주도로 놀러왔을 때, 같이 갈 음식점이 마땅치 않아 성게국수집에 데리고 왔다. 워낙 미식가에, 먹는 양도 적은 처남인지라 걱정이 되었는데 국물을 맛본 처남의 말에 걱정이 사라졌다.
"와, 여기 맛이 장난 아닌데요?" 처남은 성게국수 한 그릇을 금세 비웠다. 그후에도 처남은 제주도에 가끔 왔는데 올 때마다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성게국수집이 되었다. 심지어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왔을 때도 가장 먼저 찾은 곳이 '평대성게국수'였다. 딸과 어머니가 모두 해녀로 매일 직접 따온 성게로 국물을 내기에 이런 맛이 나오는 것이리라.
국물이 기가 막힌 성게국수
제주도의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려면 밤을 새야할 지도 모른다. 제주도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해산물이 풍족하고, 산지에서 직송되는 식재료가 그 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섬이기에 웬만한 것들은 자급자족을 한다. 그래서인지 모든 음식이 신선하고 맛이 있다. 초등학교 급식조차도 내가 지금까지 도시에서 맛보았던 급식과는 수준이 달랐다.
"급식이 너무 맛있는 것 아니에요?"
내가 이렇게 말하며 급식을 먹자 제주도 선생님들은 오히려 나를 신기해하며 말했다.
"원래 급식이 이렇지 않아요?" 원래 그렇지 않다. 학교급식에 고기국수가 나오고, 브로콜리 김치와 콩잎, 각종 야채가 나오는 급식을 나는 지금까지 먹어본 적이 없다. 제주도 아이들은 자연에서 놀고 자연을 먹고 산다.
제주도에 사니 좋은 것이 제주도의 유명한 맛집이 모두 한 시간 내에 있고, 언제든 그 맛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도 제주도에 사는 맛이다. 여름이 가고 날씨가 선선해지니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이번 주말에는 성게국수를 먹으러 평대바다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