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강아지 한 마리만 더 키우면 안될까?

시골에서 강아지 키우기

by JJ teacher

요즘 현대인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집에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나는 누워서 유튜브를 본다. 그중 반려견 채널을 자주 보는데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 딱 좋다. 특히 '시고르자브종'이라고 불리는 시골 강아지들은 내 심장을 자주 폭행한다. 헬리콥터 날개처럼 돌아가는 꼬리, 짧은 다리, 서로 물고 장난치는 모습은 쳐다만 보고 있어도 미소가 지어진다.

20171231_142514.jpg 시고르자브종 강아지들

우리집도 진돗개 '제주'가 있다. 요녀석이 새끼일 때, 밖에 데리고 나가면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둘러쌀 정도로 귀여웠는데 진돗개의 단점은 금방 자란다는 것이다. 6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고, 관광지로 '제주'를 데려갔을 때는 관광객들이 슬금슬금 피해다녔다. 그때부터 제주를 산책시킬 때는 튼튼한 가죽 목줄을 꼭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져 다니도록 했다.

20180228_174622-horz.jpg 강아지 때의 '제주'와 성견이 된 지금의 '제주'

내가 어렸을 때 강아지를 몇 번 키워보았는데 진돗개는 확실히 다르다. 눈치가 빨라서 주인이 싫어하는 행동은 잘 하지 않고, 쓸데 없이 시끄럽게 짖지도 않는다.

"어쩜 개가 그렇게 똑똑해요? 듬직하고 잘 짖지도 않아요."

타운하우스 이웃들이 제주를 칭찬할 때면 마치 내 자식이 칭찬받는 것처럼 뿌듯하다.

"진돗개잖아요."

이 한 마디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매일 출근 전, 퇴근 후 이렇게 하루 두 번 산책을 하는데 깔끔한 성격탓에 그때 아니면 절대로 배변을 하지 않는다. 한 번은 가족이 모두 육지에 갈 일이 있어 옆집에 강아지 산책을 부탁한 적이 있는데, 우리 가족이 돌아오자 옆집 남자가 감탄하며 말했다.

"얘 진짜 똑똑해요. 산책하면 자기가 알아서 동네 한 바퀴 돌다가 시간되면 자기 집앞에 와서 묶어달라고 서있는다니까."

이렇게 타운하우스 이웃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아무리 개가 똑똑하고 듬직해도 바라만 보아도 웃음이 나는 귀여움이 사라진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보, 우리 강아지 한 마리만 더 키울래?"

유튜브 영상 속 귀여운 강아지를 보며 말하자, 아내는 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지금 키우는 '제주'도 아내 허락없이 데리고 온 강아지이기에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https://brunch.co.kr/@5c88599d157244a/12

(강아지 '제주'가 처음 우리집에 들어온 이야기는 위 이야기에 있다.)


아내가 내 말을 들은 채도 하지 않자, 나는 아이들을 동원했다.

"얘들아, 우리 강아지 한 마리 더 키울까?"
"응, 제발~"

"엄마, 한 마리 더 키우자."

내가 다시 아이들을 동원하는 작전을 쓰자 그제야 아내는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한 번만 더 일 벌여봐!"

아내의 매서운 눈빛에 더는 말하지 못했지만, 지금도 나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늠름한 진돗개 '제주'가 마당을 지키고, 귀여운 강아지가 실내를 돌아다니며 귀여움을 떨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제주도에 내려오기 전에는 무조건 진돗개만 알아 보았는데, 지금은 작은 강아지 생각만 하고 있는 나도 참 못 말린다.

단독주택에 살면 이런 점이 좋다. 개를 키운다고 눈치주는 사람 하나 없고, 개가 짖는다고 뭐라하는 사람도 없다. 강아지들도 마음껏 뛰어놀 잔디마당이 있으니 강아지들에게는 천국이다. 요즘 진돗개 '제주'에게 미안하다. 몸집이 커지면서 행여나 다른 사람들을 물까봐 마당에 묶어두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담이 높으면 풀어놓고 키우겠는데 담이 거의 없는 타운하우스 구조탓에 풀어 놓을 수가 없다. 미안한 마음에 하루 두 번 이상 산책은 꼭 시켜주려고 한다. 가끔은 귀찮기도, 성가시기도 하지만 생명을 키우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항상 늠름하게 우리집을 지키는 진돗개 제주! 이 아이 덕분에 제주살이가 더 행복하고 든든하다. 하지만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 더 키우고 싶은 마음은 쉽게 떠나지를 않는다. 오늘 아이들을 총동원해서 다시 한 번 아내에게 말해야겠다.


"여보, 강아지 한 마리만 더 키우면 안될까?"

20180228_143217(0).jpg 아무리 그래도 강아지 때의 '제주'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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