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의 휴가지, 서울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제주도를 좋아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주도는 섬이다. 육지에 살며 관광객으로 가끔 찾는 제주도는 갈 곳이 많은 곳이지만, 정착을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주도에 정착한지 4년차가 되니, 웬만한 곳은 다 가 보았다. 이제는 갈 곳이 별로 없고, 가도 새롭지가 않다.
작년에 서울 아파트 문제로 1박 2일 서울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인사동에 호텔을 잡고 1박 2일 동안 관광객으로서 서울에 머물렀는데 오랜만에 온 서울은 갈 곳도, 할 것도 많았다. 아내와 내가 처음 만난 곳이 광화문에 있는 ‘세븐스프링스’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는데 우리가 서울에 간 날 마침, 폐점을 일 주일 앞두고 있었다. 처음 소개팅을 한 장소에 아이들과 함께 와서 저녁을 먹는 기분이 새로웠다.
“여보 너무 좋지 않아? 그런데 섭섭하다. 폐점한다니까.”
“그러게, 이번에 서울 오길 정말 잘했어.”
서울에 살 때는 그렇게 서울을 탈출하고 싶었는데, 제주도에 살다가 오랜만에 서울에 오니 모든 것이 새롭고 좋았다.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 비용이 꽤 비싼 금액이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 인사동의 초고층 호텔에 머무르며 바라본 서울의 야경은 제주도에서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이었다. 서울에 살 때는 제주도의 풍경이 멋지고, 제주도에 살 때는 서울의 풍경이 멋지니, 역시 사람은 무엇이든 한 걸음 떨어져서 여유있게 바라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여보, 앞으로 우리 휴가는 서울로 가자.”
“좋은 생각인 것 같아.”
내 말에 아내도 깊이 공감한 듯이 대답했다. 제주도에 정착하고 나니, 가끔 서울의 도시뷰와 한강뷰 생각이 난다. 지하철 한 번이면 대학로에 갈 수 있고, 예술의 전당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동산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서울. 술 한 잔 하고 싶으면 불러낼 친구들이 많고, 각종 먹거리도 많은 그곳이 그리울 때가 있다.
제주도에 대한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다. 바라만 보아도 눈이 맑아지는 듯한 제주도의 파란 바다와 하늘, 녹음이 짙은 나무와 한라산, 오름. 이런 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하지만 귀한 것도 흔하면 그 소중함을 모르듯이, 제주도가 지루하고 심심해질 때면 도시에 올라갈 생각이다. 백화점과 쇼핑몰, 수많은 인파와 술집. 도시의 이러한 문물을 즐기고 있으면 처음에는
“역시 사람은 서울에서 살아야 해.”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신기하게 하루만 지나도 얼른 제주도로 내려가고 싶다. 작년에 김포공항 쇼핑몰에 갔다가 흥분지수가 상승하며 미친 듯이 쇼핑을 하는 아내를 보았다. 두 시간 정도 쇼핑을 한 아내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힘들다. 얼른 집에 가자.”
“서울 좋잖아. 더 있고 싶지 않아?”
내가 이렇게 묻자 아내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응, 좋아. 그런데 놀았더니 이제 집에 가고 싶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을 떠나본 적이 없는 아내에게 가장 편한 곳은 제주도 집이었다. 아내에게 서울은 그냥 가끔 놀러오는 곳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제주도 공항에 내리면 동시에 하는 말이 있다.
“역시 제주도가 좋네.”
애월의 집에 도착하면 딸은 거실에서 뱅글뱅글 돌며 말한다.
“얼마나 좋아. 제주도!”
우리 가족도 사람인지라 좁은 섬인 제주도가 지겹고 지루할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이 들면 나는 비행기표를 예매할 것이다. 그리고 아내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여보, 우리 서울로 놀러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