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선택한 제주도

아토피와 제주도

by JJ teacher

서울에 살 때 아들과 딸은 아토피로 고생을 했다. 특히 아들은 유난히 아토피가 심했는데 조금만 건조하거나 더우면 아토피가 올라왔다. 서울에 있는 유명한 피부과에도 다녀보고 비싼 약을 써보았지만 항상 그때 뿐이었다. 아내와 나는 아토피라는 병이 없는데 자녀에게 생긴 아토피를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공기가 좋지 않은 서울에 살고 있어 이런 병이 생긴 것만 같았다.

내가 제주병에 걸려 방학마다 제주살이를 할 때 아내와 나는 신기한 광경을 보았다. 제주에 내려오기만 하면 아들과 딸의 아토피가 호전되는 것이었다. 아토피가 상대적으로 덜한 딸의 피부는 아토피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끈해졌고, 아들의 아토피도 눈에 띄게 사라졌다. 아이들도 제주살이를 경험하며 피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인지 표정이 밝아졌다.

“아빠, 제주도 좋아. 나쁜 아토피가 없어지잖아.”

아들과 딸의 이 말을 들으며 제주도로 이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제주살이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가면 영락없이 다시 심해지는 아토피를 보며 아내와 나는 확신했다. 제주도가 아이들의 병을 낫게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사람도 동물인지라 생존을 위해 자신이 살아야 할 곳을 본능적으로 알아내는 것 같다. 아이들은 확실히 서울의 환경보다 제주도의 환경을 더 편하게 생각했다. 나는 아들에게서 이런 것을 많이 느꼈는데, 아들은 제주도의 숲을 특히 좋아했다. 차를 타고 나무가 많은 숲을 지나갈 때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람을 쐬는 아들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오름이나 사려니숲 같은 청정한 지역으로 여행을 가면 표정이 밝아졌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제주도의 깨끗한 환경이 맞는 듯했다.

“우리 정말 제주도에서 살까?”

라는 나의 물음에 아이들은 단 한 번도 망설이지 않고

“응, 좋아!”

라고 대답했고, 제주살이 4년차가 된 지금도 서울보다 제주도가 좋다고 말한다.

둘째 딸 아이는 아토피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 심한 아토피는 아니지만 가끔 심하게 올라올 때면 독한 아토피 로션을 발라주어야 했는데 지금은 전혀 바르지 않는다. 아토피가 심했던 아들도 꽤 많이 좋아졌다. 가끔 아토피 때문에 로션을 발라주기는 하지만 서울에 있을 때에 비하면 아무런 일도 아니다. 서울에 살 때 아토피 때문에 잠을 설치고 피가 나도록 긁어대던 아들의 모습이 떠오를 때면 좀 더 일찍 제주도에 내려오지 않은 것이 미안할 뿐이다.

제주도에 내려오며 나와 아내는 많은 것을 버렸다. 흔히 말하는 스펙, 경력, 승진점수. 서울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며 쌓은 것들이 제주도에서는 별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허탈할 때도 있지만 제주도에 내려와 편안하게 사는 아이들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그래,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내 자식의 건강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제주도에 내려와 자주 웃고, 편안하게 지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이 선택이 옳은 것이라고 믿는다. 내 제주병으로 인해 시작된 우리 가족의 제주살이! 서울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학교를 사직하고, 그동안 쌓아온 많은 것들을 버리고 내려왔지만 후회는 없다. 이곳은 나만이 아닌 아이들이 선택한 제주도이기 때문이다.

1613979116701689002_1280.jpg 그래,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보, 우리 서울로 놀러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