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1월 1일 새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특별한 날로 지정한다. 여태껏 미뤄왔던 계획들을 설정하는 시기가 새해 첫날인 1월 1일이다. 작년에도 지금과 똑같은 계획을 세웠던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지켜진 게 하나도 없다. 숙성된 김치를 묵히듯 여태까지 묵혀왔던 계획들을 다시금 호기롭게 꺼내 든다. “이번 새해에는 기필코 성공하겠어.” 다짐의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운다. 하루 30분 운동하기, 하루에 영어 10분씩 공부하기, 블로그 하루에 하나씩 포스팅하기, 투자 공부하기, 미라클 모닝 챌린지 하기, 국내 여행 자주 가기, 하지만 1월 1일 특별한 날로 선포하고 한해를 잘 보내기 위해 계획을 세우지만, 대부분이 “작심삼일”이라는 늪에 빠져 또다시 다가오는 1월1일을 기다리게 된다. 우리 인생의 역설적으로 특별한 날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내가 사는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고 최고의 하루를 보낸다면 매일 매일이 특별한 날이 될 수 있다.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기 한 달 전부터 블로그에는 새해 계획이라는 포스팅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2024년 계획을 10가지 이상 적어놓고 1월1일부터 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오지 않는 미래의 1월 1에 내 계획을 미뤄 놓는 것이다. 나는 반대로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렸다. 특별한 날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만약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면 12월 1일에 실행한다면 1월 1에 계획을 실행하는 사람보다 적어도 1달은 앞서 나갈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미루는 습관이 몸에 익숙해져 있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 특별한 날을 설정하고 그때 가면 해야지 마음먹는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 꼭! 여행 가야지” “회사에 모든 걸 쏟아부으며 승진하고 나중에 아이와 좋은 시간 보내야지” “ 오늘 조금만 더 자고 내일 아이랑 놀아줘야지”
회사에 모든 걸 쏟아붓는 아빠가 있다. 아이와 보낼 시간이 없다. 아침 6시에 출근해 저녁 9시에 퇴근한다. 주말에도 회사 업무를 도맡아 쉬지 않고 일한다. 아빠의 목표는 회사 임원이 되는 것이다. 임원을 달아 월급체계를 높이고 사회적 지위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다. 아침 6시에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회사에 나가야 하니 당연히 아이와 스킨쉽을 할 시간이 없다. 저녁이면 9시에 퇴근해 지친 나머지 아이와 놀아줄 기력이 없다. 주말에는 아이가 아빠와 놀고 싶어 하지만 아빠는 피곤한 나머지 12시까지 잠을 자고 그마저도 노트북을 켜고 일에 집중한다. 아빠 놀이공원 가요? 아빠랑 수영장 가고 싶어요?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아빠의 대답은 나중에 하자이다. 아이를 설득시켜 보지만 아이와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먼 미래로 미뤄진 지 오래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버지는 목표로 했던 임원이 됐다. 회사에서의 지위나 경제적 여유는 풍족해졌다. 어느 날 아내가 아이를 유학 보냈으면 한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학은 필수라고 한다. 임원을 달고 유학을 보낼 수 있는 여력이 되었다. 남편은 아내가 안전하게 돌보는 조건으로 유학길을 허락했다. 아내와 아이가 타지에 있으니 남편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가 여태까지 뭐하며 살았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와 부인은 항상 보면 살가운 것 같은데 나는 일만 하느라 아이와 항상 어색했던 것 같다. 아이가 커가면서 어색함은 증폭되었다. “아 그때 아이랑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았을 텐데” 아빠는 혼자 있는 외로움과 그리움에 과거를 후회한다. 하지만 아이의 이쁘게 커간 시간은 아빠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가 커갔던 그때만의 시간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 좋은 고등학교 들어가면 친구들하고 실컷 놀아? 알았지
대학 졸업하면 그때 남자친구 만나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알았지!
대기업에 취직하면 여행도 다니고 좋은 사람 만나? 알았지!
진급하고 돈이 더 많이 벌 수 있을 때 너 하고 싶은 걸 해! 알았지
하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으니 현재 최선을 다하고 나중에 하는 거야! 알았지
세상에 이만큼 무서운 말이 없다. 하나를 이루고 나면 또 다른 목표가 존재한다. 미래의 목표를 지금 모든 걸 쏟아부어 도달했지만, 또 다른 목표를 주고 또다시 달려가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 소중한 시간은 지나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있다. 그리고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흐른 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크는 속도는 너무 빠르다. 내 시간은 정체된 것 같은데 아이의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아이와의 보내는 시간을 특별한 날이라는 핑계로 뒤로 미룰 수 없다. 아이와 느낄 수 있는 감정은 현재를 사는 지금뿐이다. 나는 다행인 건 영업사원이라 아침에 조금의 여유가 있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옷을 갈아입히고 손을 잡고 학교를 바래다주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아침에 아이와 손을 잡고 걸어가며 수다도 떨고 아이의 이야기도 들어준다. 그리고 날씨의 변화도 몸소 체험한다. 아이와 걸어가는 오늘의 공기는 너무 상쾌하다. 아이가 커가는 과정도 매일 관찰할 수 있다. 매일 학교를 데려다주니 당연히 아이와의 유대관계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시간이 귀찮음이 아닌 무엇 가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란 걸 절실히 느끼며 산다.
특별한 날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특별한 날을 만들려고 하지 말자. 현재에 최대한 집중해보자. 현재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오늘이 특별한 날이다. 우리는 바쁘더라도 현재에 느낄 수 있는 경험과 감정을 뒤로 미루면 안 된다. 그 이유는 삶은 두 번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인생은 딱 한 번의 10대, 딱 한 번의 20대, 딱 한 번의 30대가 존재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그때의 감정을 느끼며 살아갈 수 없다. 아이와 부모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3살 때 아이의 모습과 감정, 6살 때의 아이의 모습과 내가 느끼는 감정은 부모로서 다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부모에게 느끼는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를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야 한다. 바쁘더라도 현재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누리면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특별한 날을 정하고 그때 가서 해야 한다는 것만큼 후회되고 불행한 것이 없다. 현재를 충실히 살아갈 때, 아이와 지금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노력할 때 오늘은 나에게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과거의 핸드폰 사진을 꺼내 보자. 사진을 통해 아이와 보냈던 시간이 이렇게 많았나 새삼 깨닫게 된다. 사진을 보고 있자면 “이럴 때가 있었네” “지금도 귀여운데 그때는 더 귀여웠어.” “제주도도 가고 에버랜드도 갔었지” “체험 경험하러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모든 게 특별한 날로 기억되게 된다. 그리고 행복 바이러스가 나를 감싸는 경험을 하게 된다.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 죽음을 기억하라,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